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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한동훈 "특감 추천"vs추경호 "의총 거쳐라”…친한·친윤 전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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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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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회동’을 두고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충돌하는 가운데 23일엔 특별감찰관을 두고 여권 내 전선이 형성됐다.

한 대표는 이날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해결책으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동하지 않는 특별감찰관(특감) 추천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즉각 “원내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었고, 대통령실도 “여야가 합의해서 오면 임명할 것”이라며 가세했다. 여권 내 친윤-친한 권력투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확대당직자 회의를 취임 후 처음으로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 여당이 위기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민심을 따르고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가“라고 물으며 “지금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시점은 11월 중순으로 못 박았다. 한 대표는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 민주당은 그 상황에서 더 폭주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그때 우리는 김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 첫 번째 조치로는 특감 임명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을 요구한 뒤 “그러나 특감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도 제가 면담 과정에서 특감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간 윤 대통령은 “특감은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동된 문제로 여야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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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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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도입됐으나, 이석수 초대 특감이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한 직후 사직하면서 공석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당이 “공수처 설치가 먼저”라며 특감 추천을 미뤘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에선 민주당이 특감 임명을 요구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해야 특감 추천에 참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2022년 8월 국민의힘과 통일부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절차를 마쳤으나, 민주당은 추천하지 않는 점과 특감을 연계시킨 것이다.

이날 한 대표의 조건 없는 특감 추진 발언 직후 거부 의사를 밝힌 건 다름 아닌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감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하고, 이 부분은 국회 운영과 관련된 원내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관련 상임위원들과 중진 등의 의견을 우선 듣고 결정할 부분”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 결정은 의원총회이며 그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했다. 한 대표가 ‘원외 대표’라는 지점을 공략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또 한 대표가 제시한 특감 추천 시한에 대해서도 “이 대표의 선고와 특감 의사결정 부분이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윤·한 회동’ 직후 대통령실 만찬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서도 추 원내대표는 “퇴근하는 길에 연락이 있어 잠깐 들렀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대통령실도 냉담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감 임명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은)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여야가 합의해서 가져오면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감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하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당에서 먼저 연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대표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당 내부 동의부터 받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친윤계는 이날 한 대표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친윤계 외곽조직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세미나를 마친 뒤 한 대표를 향해 “아마추어”, “속 좁은 정치인” 등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이 한 대표를 비판한 SNS 게시글에 한 대표가 직접 전화로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대표도 잘못했으면 당원들에게 비판받고 하는 것인데 그런 것 하나를 감당 못 하면서 어떻게 대표를 하냐. 속이 좁아터졌다”고 했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의 ‘한남동 라인’ 쇄신 요구에 “여사님과 좀 친하고 안부 전화 좀 한다고 해서 비선인가. 우리는 탄핵을 경험한 당인데 야당 의도에 휘말려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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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부산 금정구 서동미로시장을 돌며 지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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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의 반격에 친한계도 들끓었다. 친한계 의원들의 단체 텔레그램방에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 “특감 임명 필요성을 두고 당내 토론을 벌이자”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친한계인 배현진 의원이 이날 저녁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참여하는 단체 텔레그램에서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관 도입을 혹시 원천 반대하느냐. 원내대표가 설명을 해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원내대표가 대통령 공약한 것에 반대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의총을 열어 충분한 설명을 해주시길 바란다”(박정훈 의원), “의총을 열어 의견을 수렴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한지아 의원) 는 의총 소집 요구도 이어졌다. 여기에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을 찾아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당선 감사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저희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받들어서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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