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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형사처벌" 으름장에도 보란듯…"한국시리즈 15만원" 암표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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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공연법, 사실상 '매크로 거래'만 규제…협회 "수사권 없이 추적 한계"

머니투데이

지난 21일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에 '2024 신한 SOL 뱅크 KBO(한국야구위원회) 한국시리즈'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국시리즈 티켓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티켓 예매 플랫폼 '인터파크 티켓'에서 단독 판매됐다. 예매 창구가 열린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올라온 판매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원가의 2~3배 가격에 판매하는 '암표'였다. 암표 판매 글 옆에는 금세 '판매 완료'라는 문구가 붙었다./사진=온라인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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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5차전 야구 티켓 양도.'

2024 KBO(한국야구위원회) 한국시리즈 입장권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를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입장권 부정 유통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리즈 관람권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인터파크 티켓'에서 단독 판매됐지만 예매 창구가 열린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온라인 중고 거래 카페에는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원가의 2~3배 가격에 판매하는 '암표'였다. 암표 판매 글 옆에는 금세 '판매 완료'라는 문구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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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자가 지난 21일 오후 4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예매에 참여해보니 예매 창이 열린지 1분이 채 되지 않아 대기자 수는 3만명을 훌쩍 넘겼다. 조금이라도 빨리 예매해보려 표준 시간이 아닌 서버 시간에 맞춰 오후 4시 정각에 예매하기 버튼을 눌렀지만 3만137번이라는 대기 번호를 받았다. 대기 번호에 맞춰 예매 창이 열렸지만 표는 매진된 뒤였다./사진=인터파크 티켓 웹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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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난 21일 오후 4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예매에 참여해보니 예매 창이 열린 지 1분도 되지 않아 대기자 수는 3만명을 넘겼다. 오후 4시 정각에 예매하기 버튼을 눌렀지만 3만137번이라는 대기 번호를 받았다. 대기 번호에 맞춰 예매 창이 열렸는데 표는 매진된 뒤였다.

예매 경쟁이 치열한만큼 암표 매매도 성행한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트위터, 티켓 양도 플랫폼 등에는 원가의 2~3배로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티켓이 다수 발견됐다. 암표 거래 시 사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해 특정 계좌번호를 언급하며 주의를 알리는 SNS(소셜미디어) 게시물도 다수 게재됐다.

암표를 구매한 적 있다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원가 9만원 짜리 한국시리즈 경기 티켓을 15만원 주고 구매했다"며 "개인이 파는 암표를 구매했는데 이것도 싸게 간 편이었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유모씨는 "내가 좋아하는 팀이 한국시리즈를 매년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 기회가 있을 때 돈을 더 주고서라도 표를 사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했다"며 "특별한 경기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법까지 고쳤지만…사라지지 않는 '온라인 암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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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예매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트위터, 티켓 양도 플랫폼 등에는 원가의 2~3배로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티켓이 다수 발견됐다. 암표 거래 시 사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해 특정 계좌번호를 언급하며 주의를 알리는 SNS(소셜미디어) 게시물도 쉽게 눈에 띄었다./사진=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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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관련법이 개정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티켓 구매를 규제하고 있다. 공연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 적발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매크로를 이용한 표 구매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IT(정보기술)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재능 마켓 플랫폼 등에 종종 암표 구매를 위한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외주 의뢰가 올라온다"고 밝혔다.

송득범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티켓 판매 사이트 등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판매를 취소하거나 추후 형사 처벌한다는 경고 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처벌은 쉽지 않다"며 "증거를 수집해 수사 기관에 넘겨야 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증거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등은 티켓 판매사와 함께 암표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불법 티켓을 모니터링하나 이 역시 실효성이 의문이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좌석이 특정됐을 경우 티켓 판매사와 협력해 구매자에게 자진 취소나 소명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협회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추적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판매한 인터파크 트리플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에 더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등이 의심될 경우 합법적인 경로로 구매했는지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도 "이미 파악이 된 수법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만 날로 새로운 수법이 등장한다. 현행법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에 대해서만 제재해 암표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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