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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한동훈 “특별감찰관 추천” 추경호 “원내 사안”···충돌한 여당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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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김장재료 수급 안정방안 민당정 협의회에 무거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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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야당과 합의해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빈 손 면담’ 후 두 사람의 갈등이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 충돌로 번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라면서 “그러나 특별감찰관의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면담에서) 대통령에게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면담에서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라는 전제 조건을 고수했지만, 자신은 그와 상관 없이 민주당과 특별감찰관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11월 선고 전에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추천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장을 먼저 빠져 나온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사항”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원총회이고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말했다.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의 진행 속도와 내용을 주도할 권한이 원내대표인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당분간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상당 시간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대표가 발언 직후 원내 사령탑이 제동을 걸면서 ‘투톱’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됐다.

대통령실도 추 원내대표를 지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당에서 먼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임명하고, 그 다음에 특별감찰반을 연계하는 것은 당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감찰관 관련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오면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이뤄져야 특별감찰관 추천에 합의할 수 있다는 여당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면담에서 김 여사 활동 중단 등 요구를 모두 거절당한 후 윤 대통령과 차별화할 카드로 특별감찰관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은 윤 대통령 스스로 대선 때 설치를 약속했던 사안이라 여당이 추진할 명분이 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특별감찰관이 움직이면 언론 시선도 그리로 가고, 특검법에 대한 압력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여론전을 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자고 하면 ‘배신자’ 프레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단계의 카드를 먼저 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추 원내대표가 바로 선을 그으면서 한 대표 뜻이 관철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 있어 원내대표 간 합의가 필수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원내 다수인 친윤계가 한 대표 손을 들어줄 지도 미지수다. 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친한계와 친윤계의 헤게모니 다툼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한계는 이번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모멸감을 주면서 당내 여론이 한 대표 쪽으로 더 기울었다고 본다. 전날 21명의 의원이 모인 친한계 만찬에는 한 대표가 직접 설득해 처음 참여한 의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조만간 열릴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특별감찰관을 의제로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친윤계는 여당은 대통령과 한 몸임을 강조하며 한 대표가 결국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친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여당이 대통령과 함께 가지 않으면 공멸”이라며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대통령이 극렬히 반대하는 사안을 여당이 어떻게 통과시키겠나”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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