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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건 비용 절감보다 ‘큰 성장’[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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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곳곳에서 들린다.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으로 SK하이닉스는 줄곧 비상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아직도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류 기업인 삼성전자가 위기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정말 삼성전자가 위기인지 숫자로 한 번 살펴보자.

삼성전자의 국내외 종속 기업 233개를 합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재무구조가 매우 좋은 편이다. 반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예금, 적금)만 101조원이나 되고 갚아야 하는 차입 부채는 19조원에 불과하다. 즉 순금융자산 82조원이 쌓여 있다. 단, 2년 전만 해도 순금융자산이 103조원이었는데 그새 20조원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그룹 계열사 주식이나 다른 상장사 주식, 채권 보유분은 계산하지 않았고 오로지 현금과 은행 예치금만 합한 것이다.

연결 기준으로는 위기라고 보기 어려우나 별도 기준, 즉 수원에 본점을 두고 있는 국내 삼성전자의 재무구조는 그렇지 않다. 6월30일 현재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은 11조6000억원인 데 반해 차입 부채는 33조원이다. 순차입금이 22조원이나 되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내서 갚아 나가야 한다.

반기까지 삼성전자는 영업활동을 통해 26조원을 벌어들였다. 반도체 업황이 안 좋았던 지난해 반기보다 8조원 이상 더 벌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평택공장을 포함한 국내 시설에 20조원 정도의 투자를 했고 반기까지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5조원 가까이 지급해서 실질적으로 남긴 돈은 1조원에 불과하다. 반도체 업황이 매우 좋았던 2021년과 2022년, 그렇지 않았던 2023년의 3년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별도 기준으로 13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3년간 유·무형 자산에 들어간 투자액은 129조원이다. 3년간 번 돈 거의 다 재투자에 들어갔다. 돈을 거의 남기지 못했는데 이 기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40조원이다. 삼성전자의 금고에 돈이 마르고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이렇게 현금흐름 분석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연초에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는데 2026년까지 계속 정규 배당 9조8000억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즉 2024년부터 3년간 나갈 배당금 29조4000억원과 유·무형 자산 투자 예상액 100조원 이상을 벌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큰 성장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13% 감소하고 말았다. 여기에 해외 인력 감원, 희망퇴직 및 미국 공장 가동 시점 연기 등 좋지 않은 뉴스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정말 위기임을 실감케 했다.

31년 전 고 이건희 회장이 독일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하며 애니콜 신화를 써내려 갔듯이, 지금 삼성전자는 다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삼성전자가 많이 벌 때는 한 해에 51조원, 종속 기업 포함 연결기준으로는 67조원 이상도 벌어본 회사다. 위기를 딛고 다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면 안 좋은 재무구조는 금세 역전시킬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비용 절감이 아닌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선대 회장이 요구했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삼성전자와 우리 경제 모두 더 큰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경향신문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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