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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윤 대통령, 한동훈 ‘인적 쇄신’ 요구에 “누가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 있는지 알려줘야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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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의 3대 요구 사실상 거절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엔

“힘들어하고 있고 이미 많이 자제 중”

대통령실 의혹 규명 절차 협조 요청엔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는 안 돼”

한 대표에게 야당 공세에 맞서라 주문

친윤계 “당과 대통령실 인식차 너무 커”

“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반응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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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에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구체적 문제가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22일 밝혔다. ‘김 여사 라인’ 비판은 막연한 의혹라는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대통령실이 회담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대통령실 해명이 오히려 민심과의 격차만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 당일인 전날에는 브리핑도 하지 않았던 대통령실이 이날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면담에서 한 대표의 3대 요구(대통령실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각종 의혹 규명 절차 협조)에 대한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취재에 응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밝혔다.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나”라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한남동 7인회’ 등 정치권에서 김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비서관 등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의 인적쇄신 요구에 “김 여사 라인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진실공방 양상도 보이고 있다. 한 대표와 가까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가)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지금 왜 문제인지도 (윤 대통령에게) 설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속칭 ‘한남동 7인회’로 불리는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등 7명에 선임행정관 1명을 추가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 강모 선임 행정관의 음주 운전 사례를 직접 들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3명의 인적 쇄신 대상자의 실명을 언급했고, 그 중 2명은 대통령실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요청에 대해서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활동을)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니 문제삼지 말라는 취지다. 대외활동 중단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혹 규명’ 요구에 “이미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달라”면서 “다만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인 흠과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단순 의혹 제기’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한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한 30명 되고 많은 사람들을 단속했다. 그런데 여론 악화가 심화되면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안이 재상정되면 추가 이탈표가 걱정된다는 취지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아주 무모하고 반헌법적인 이런 특검에 대해서 우리당 의원들이 브레이크를 걸어준 것은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만일 우리 당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 의원과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의원들을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과연 있겠냐는 취지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야당 공세에 같이 맞서 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나”라며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면 당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이 하나 되고 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위기는 정치 상황의 위기다. 정무수석에게 과감하게 얘기할 게 있으면 하고 당정 소통도 강화해나가자”고 말했다. 한 대표가 야당의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으로 보인다.

친한동훈계에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서 당의 인식과 그다음에 대통령실의 인식이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대통령실에서 나오는 반응들을 보면 그게 뭐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라는 식의 반응인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 수준이 저 정도”라며 “그러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4대 개혁을 추진해서 그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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