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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이스라엘, 레바논 병원도 공격하나? "병원 지하에 헤즈볼라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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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은신해 있다며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병원을 공격했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레바논의 한 병원에 헤즈볼라 자금이 숨겨져 있다고 발표해 병원 공격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다른 병원 인근에 이스라엘 공습이 가해져 4명이 사망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붙잡은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밤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위치한 레바논 최대 공립 병원 라픽 하리리 대학병원 인근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병원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라픽 하리리 대학병원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습이 병원 입구 앞에서 발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했다. <가디언>은 병원 소식통에 따르면 공습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운영 중이며 공습 부상자들을 치료 중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인근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병원 자체는 공습의 목표물이 되거나 공습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 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대피령을 내렸지만 CNN은 라픽 하리리 대학병원 인근엔 대피령이 발령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리며 공습 목표 건물 반경 500m를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지만, 공습 및 접근 금지 구역 지도 분석 결과 해당 병원 인근은 대피령이 발령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이 병원 인근이 지난달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습을 강화한 이후 내보낸 대피 명령 지역에 한 번도 포함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의 또 다른 병원 지하에 헤즈볼라의 금고가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 공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증거 제시 없이 베이루트의 알사헬 종합병원 건물 지하에 수억 달러 규모의 현금과 금이 보관된 헤즈볼라 벙커 시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군이 부지를 감시하고 있다"며 공중에서 촬영된 영상을 제시하면서도 "병원 그 자체를 공습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알사헬 병원 책임자 중 하나인 파디 카프리 알라메가 이스라엘 주장이 "근거 없다"고 부인하며 "레바논 및 레바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병원엔 수술실이 있을 뿐 땅굴도 벙커도 없다. 순전한 상상"이라며 레바논군, 유엔, 언론인에 병원을 조사해 이스라엘 주장이 거짓임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병원을 공격하기 전 유사한 주장을 했다고 지적하며 "이제 그들이 레바논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은 대피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통제소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 최대 병원 알시파를 공격한 데 이어 유사한 이유를 들며 가자지구의 거의 모든 주요 병원을 공격해 왔다. 21일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작전을 강화하면서 이 지역 병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베이트 라히야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 의료진들이 이스라엘군이 인근 학교를 공격해 발생한 불이 병원 발전기에 도달해 정전을 일으켰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병원의 한 간호사는 "군대가 병원 옆 학교를 불태우고 있어 아무도 병원에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베이트 라히야에 위치한 또 다른 병원인 카말 아드완 병원의 후삼 아부 사피야 병원장이 의료 용품 부족으로 중환자실에 있던 중상 환자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21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병원의 혈액이 완전히 바닥났다"고 호소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간밤 병원 근처가 이스라엘의 심한 포격을 받았으며 군대가 병원 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밖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필립 라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은 2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 당국이 포위 상태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의약품, 식량 등 필수 물자를 가자지구 북부로 보내려는 인도적 임무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며 "병원들은 공격 받아 전기가 끊기고 다친 사람들이 치료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UNRWA의 남은 대피소는 너무 붐비는 상황으로 일부 피난민들은 화장실에서 살고 있다"며 "군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무기화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공세를 강화한 10월 이후 북부에 구호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지난 13일 미국 정부가 "30일 내"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무기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시사하는 서한을 보낸 뒤 나온 것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지난주부터 가자지구 북부에 소량의 지원품이 들어가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21일에도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북부로 연료를 포함해 트럭 47대 분량의 인도적 지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전 가자지구에 하루에 반입되던 구호품은 트럭 500대 분량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돈줄을 죄겠다며 20일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연계 금융기관인 알카르드 알하산 시설 30곳 가량을 폭격하기도 했다. "자애로운 대출"이라는 의미의 알카르드 알하산은 레바논 금융 체계 밖에서 운영되는 비영리 자선기관으로 2007년 미국 재무부에 의해 헤즈볼라를 지원한다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AP> 통신은 2019년 레바논 금융 위기 뒤 대부분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고 예금 인출을 제한한 상황에서 알카르트 알하산은 주민들에게 무이자 소액 대출을 제공하고 예금 인출을 가능하게 해 "생명줄"을 내려주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알카르드 알하산은 20일 성명을 내 모든 지점에서 대피가 이뤄졌고 금과 다른 자산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겼다며 예금자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AP>는 레바논 경제학자 루이스 호베이카가 "이란과 헤즈볼라의 동맹들이 계속해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한"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을 파괴하는 것은 헤즈볼라 자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자금 조달 능력을 고갈시키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이란에서 헤즈볼라로 자금을 운반한 헤즈볼라 재정 부문 책임자를 공습을 통해 죽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21일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인 라메즈 알스카피(30)는 지난 7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이 그의 집을 불태운 뒤 구금하고 그가 살던 슈자이야에서 인간 방패 역할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그에게 집안을 촬영할 수 있는 작은 무인기(드론)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해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집안을 수색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명령에 저항하려 하자 구타가 잇따랐다. 알스카피는 그가 집을 촬영한 뒤 이스라엘군이 그 집에 진입해 안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6일째 되는 날엔 하마스 전투원과 대치 중 이스라엘군이 "항복하지 않으면 이 민간인을 죽이겠다"며 자신을 말 그대로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알스카피는 덧붙였다. 그는 구금 11일 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신문에 증언한 다른 두 명의 가자지구 주민도 이스라엘군에 앞서 가택을 수색하라는 명령, 집과 학교에 방문해 사람들을 떠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전역 군인 단체 '침묵을 깨다(Breaking the Silence)'의 국장이자 전 이스라엘군 저격수 출신인 나다브 바이만이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통로에서 잡혀 가자지구 내 다른 일반 보병 부대로 끌려가고 있다"며 "그 팔레스타인인들은 땅굴과 집을 청소하는 인간 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군 내부고발자는 이 단체에 그의 부대가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붙잡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집안에 폭탄이 있으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폭파되도록 그들에게 집 문을 열라고 보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병원 등 민간시설을 공격하는 데 대한 비판을 받고 하마스가 일부러 민간시설에 지휘소를 만들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는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프레시안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픽 하리리 대학병원 인근 현장에 구급대원들이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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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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