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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의료 파행 더는 안돼" 의학회∙의대협회, 여야의정 협의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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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빈 병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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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이하 의학회)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함께 정치권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 여야가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나선지 두달여만으로, 8개월째 교착 상태인 의·정 갈등 해결에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22일 의학회와 KAMC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대생-전공의로 이어지는 의료인 양성 시스템의 파행과 한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966년 출범한 의학회는 전공의 수련을 관할하는 주요 전문 과목 학회를 비롯해 194개의 학회를 아우르는 단체다. KAMC는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학장들이 모인 단체다. 각각 전공의·의대생의 수련·교육을 책임지는 의료계 학술단체가 사태 해결에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두 단체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진행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분명히 반대한다. 올바른 의료를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의료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도 없다”고 참여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정책들이 의료계를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다”며 “(협의체 참여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한 동의가 아닌,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문가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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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마음으로' 를 주제로 열린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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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의학회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이 심하지만, 사태가 너무 교착 상태에 있으니 뭐라도 시작해봐야 한다는 절박함에 먼저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좀 더 많은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게 기다리고, 중지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태 해결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2025~2026년도 의대 정원 문제,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문제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저지시키려면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랫동안 국민께 불편을 드려온 의료 상황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다른 단체 참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협의체는 최대한 다음주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도 반겼다. 다만 대화 테이블에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8개월째 꽉 막혀 있는 의정갈등과 의료대란의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내디뎌졌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고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협의체에 전공의들이 참여할 여건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를 통해 수련환경 개선 등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의료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협의체에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료계 단체들이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의대생 단체부터 불참 의사를 재차 못박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대생협회 비대위원장 3인과 공동 명의로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 없다”라는 짧은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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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참여할 의향 없다"는 입장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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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입장문을 내고 “두 단체의 참여 의도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의협은 현시점에서는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며 “(두 단체가)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최창민 위원장은 통화에서 “전공의·의대생들이 가장 요구하는 게 2025년도 정원에 대한 재논의와 사태를 일으킨 이들의 사과인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긴급 회의를 열까 했지만, 대부분 ‘(의학회의 참여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라 차차 의견들을 들어볼 것”이라고 회의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또 다른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성근 대변인은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에서 총대를 메고 움직였기 때문에 우리도 어떻게든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며 “내일 회의를 해본 뒤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의대협회 "의대생 휴학 조건 없이 승인해야 협의체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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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 현안 공동 입장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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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결정한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에서 다룰 의제로 5가지를 내세웠는데, 정부와 의견 차이가 큰 것들이 대부분이라 합의점이 찾아질지도 미지수다. 특히 이들은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돼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웠다.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승인을 거부해온 교육부는 지난 6일 ‘내년에 복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학생에 한해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종태 KAMC 이사장은 이날 통화에서 “헌법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며 “휴학 승인은 협상의 대상도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협의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휴학 승인 이외 사안들은 일단 협의체 출범 이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단체가 내세운 의제들은 ▶2025년 및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와 의사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 위한 시행계획 설정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내실화 위한 국가 지원 보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독립성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개편 통해 투명한 정책 결정의 장으로 운영 등이다.

협의체 첫 만남은 이달 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여당은 의료계 일부라도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히면 ’개문발차’ 하겠다고 밝혀왔다. 의학회와 KAMC는 “사안이 시급한 만큼 자리가 마련되면 이달 내에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협의해 결정하면 정부는 당장 내일이라도 협의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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