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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영상] “수면제도 진정제도 소용없는 ‘귀신 소리’에 귀까지 짓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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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월19일 오후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야산에 설치되어 있는 대남 확성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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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세요. 너무 고통스럽고 아픕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접경지역 주민들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파주시 백연리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22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 달도 넘게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소음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귀마개를 해도 아주 시끄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21일부터 군 당국이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가동하면서 이후 북한은 북한군과 주민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게 방해할 목적으로 여우, 들개, 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를 깎는 듯하거나 지직거리는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이 이장은 ‘얼마나 크게 들리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말도 못 한다. 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며 “별소리가 다 나는데 들으면 아주 기분 나쁜 소리”라고 설명했다. 통일촌은 북한과 직선거리로 4㎞ 정도 떨어져 있다.



통일촌에서 50여년 거주했다는 이 이장은 “과거에도 대남 방송이 있었지만 (사람의) 말로 하니까 시끄럽지 않았는데 지금은 귀신 소리를 내고 그러니까 잠을 못 잘 정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을 자야 일도 하는데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 주민들 생활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이장은 “탈북자 단체에서 대북 (전단) 풍선을 보내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시작된 것 아니냐”며 “탈북자 단체도 이제 (전단을) 뿌리지 말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지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가면 우리 주민들은 살기가 더 피곤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18일 임진각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파주시 ‘긴급 이동시장실’ 현장. 파주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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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8일 임진각 민방위대피소에서 열린 ‘이동시장실’ 현장에도 파주시 조산리 대성동 마을과 동파리 해마루촌, 통일촌 등 접경지역 주민 30여명이 참석해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70대 주민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없고 밤잠도 이룰 수 없다. 수면제,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라”며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50년 넘게 대성동 마을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은 “지금껏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김 시장은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납북자 가족 단체인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22~23일께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하자 파주 지역 시민단체, 정당, 주민 등이 꾸린 ‘평화위기 파주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쪽은 이날 비가 오는 등 기상이 악화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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