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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심화되는 이란·이스라엘 스파이전…이란도 모사드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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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네바팀 공군기지 모습. 이 기지는 지난 1일 이란의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1일 이스라엘은 이 곳에 대한 정보를 이스라엘인들이 이란 요원에게 넘긴 것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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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이스라엘인들을 스파이로 포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에선 이란을 위한 간첩 활동을 한 이스라엘인이 잇따라 적발되는 등 양국 간 스파이전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음지에서 전쟁을 벌이는 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란의 성공적인 간첩 작전에 대한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란은 취약한 이스라엘인을 매수해 조국을 배신하도록 시도하고 있는데, 모사드로부터 간첩 활동 교훈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모사드는 지난 7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를 살해할 때 등에 매수한 이란인들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날 이스라엘에선 이란 정보당국 요원의 지시를 받아 활동한 이스라엘인들이 적발됐다. 현지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검찰은 이란을 위해 2년간 약 600건의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이스라엘인 7명을 체포했다.



정보 넘긴 곳, 이란·헤즈볼라 공격 받아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에 따르면 체포된 이스라엘인들은 키르야 군사본부와 네바팀 공군기지, 라맛다비드 공군기지와 같은 군 시설과 아이언돔 등 대공 방어 포대, 항구·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촬영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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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스라엘 남부 아스클론 근처의 아이언 돔 대미사일 포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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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들이 촬영한 네바팀 기지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받았고, 라맛다비드 기지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표적이 됐다. 용의자들은 골라니 기지 지도도 확보했는데, 골라니 기지는 최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했다. 용의자 중 일부는 다른 이스라엘인을 감시하다 체포돼 암살 음모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베트는 이들이 각각 ‘알한’과 ‘오르한’이라고 불리는 두 명의 이란 요원의 지휘를 받았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간첩 행위의 대가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는데 일부는 암호화폐로, 일부는 러시아 관광객이 전달한 현금으로 받았다.

이스라엘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돈이 절실한 이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이주해 이스라엘 북부에 거주해왔는데, 한 명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이란에 포섭된 후 친척 등 6명을 모집했다고 한다. 용의자 중 1명은 탈영 군인, 2명은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보안 침해 중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며 “전시에 적을 돕는 죄목에 대한 처벌은 사형이나 종신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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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예멘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사망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오른쪽)와 이스마일 하니야(왼쪽)를 보여주는 그림 옆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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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요원, 이스라엘 과학자 살해도 의뢰



이달 들어 이스라엘에선 이란에 포섭된 이들이 연달아 적발됐다. 지난 16일엔 한 이스라엘인(35)이 이스라엘 과학자를 살해하기 위해 이란 요원과 10만 달러 수수료를 협상하고 총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14일엔 한 부부가 이란 요원 대신 여러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달엔 이란으로 두 차례 밀입국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국방장관, 신베트 국장을 암살하고 모사드 요원을 이중간첩으로 포섭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란에 100만 달러를 요구한 70대 이스라엘 사업가가 적발됐다.

더타임스는 “이란은 이스라엘에서 노숙자, 마약 중독자,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요원을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며 “잠재적인 반역자들에게 막대한 현금을 제공한 이란은 모사드의 최근 성취에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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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지방법원에서 한 이스라엘인(가운데)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포함한 유명인사들을 표적으로 삼은 암살 음모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이스라엘 보안국에게 기소돼 법정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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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사드 국장 “이스라엘인 없이 이란 작전”



모사드의 비밀 작전 중 이란인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원격 조종 기관총을 사용한 이란 핵 과학자 살해, 이란의 핵 컴퓨터 네트워크 악성 코드 감염 등이 있다.

요시 코헨 전 모사드 국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2018년 이란의 핵무기 보관소 강도 사건은 요원 20명이 했는데 이들 중 이스라엘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한 유대인은 더타임스에 “이스라엘과 협력하기 원하는 이란인은 수백만 명”이라며 “마치 소련이 멸망하던 시대처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없지만 아파트는 비싸다. 스파이가 될 수 있는데 왜 형편없는 월급을 받는 값싼 노동자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란 내 광범위한 간첩에 대해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도 최근 거론했다. 그는 지난 1일 CNN에 “(이란이) 모사드를 겨냥한 정보기구를 만들었더니, 그 수장이 모사드의 첩자였다”며 “간첩을 색출하는 임무의 반탐 요원 20명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매체들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과 관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카니가 이중간첩 혐의로 심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카니가 모사드 스파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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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압바스 닐포루샨 혁명수비대 장군의 장례식에서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카니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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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보복 앞두고 간첩전 심화”



실제로 이란·이스라엘 양쪽에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 이란의 ‘샤’ 왕조 치하에서 종교 보호를 누리던 페르시아 유대인 수만 명이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후 이스라엘로 건너왔다. 여전히 이란에 살고 있는 유대인 인구가 1만 명에 이른다.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간첩 혐의자) 체포는 중동에서 심화되는 간첩 전쟁을 부각시킨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날 “이스라엘인을 모집하려는 이란의 노력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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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오른쪽)과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왼쪽에서 둘째)이 예루살렘의 한 군 묘지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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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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