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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중동에서 ‘활로’찾은 韓 기업 … “아랍진출 성공 키워드는 현지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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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왕족에 투자받은 메타링스
“현지 보육 프로그램 적극 활용해야”
윤덕근 변호사 “사우디 민법 도입 등
GCC 지역 제도 정비는 든든한 우군”


매일경제

김숭 메타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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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들이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로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중동 진출 붐이 뜨겁지만, 회의적인 목소리와 시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워낙 법률과 제도, 문화가 우리와 다른데다가 실제로 현지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아랍 특유의 폐쇄적인 정치, 경제 시스템과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는 한국 기업 진출을 꾸준히 잡고 있다. 그런데도 현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활로를 찾은 한국 기업들의 사례가 돋보여 그들의 노하우와 조언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정부에서 운영하는 지원 및 보육시스템 적극 활용해야”
김숭 대표가 창업한 메타링스(MetalinX)는 UAE 정부 기구인 ‘두바이 미래재단’에서 집중적으로 육성 및 후원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2023년 초에 창업한 신생 기업이지만 UAE 두바이 국정 씽크탱크인 두바이 미래재단의 육성 프로그램에 비 아랍권기업으로는 매우 드물게 선정된 데다가, 두바이 왕족이 주요 출자자인 현지 투자사 AK 벤처 파트너스에게서 투자를 유치 받는 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숏폼 비즈니스 기업인 순이엔티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현지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UAE 등 GCC 지역은 혁신 기술 수요가 높고,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기술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중”이라면서 “진출 초에는 현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현지에서의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라고 조언했다.

수자원 테크기업인 지앤지엔텍은 지난 2019년부터 사우디 주요 대학인 카우스트(KAUST)의 해수담수화 / 재이용센터(WDRC)와 하폐수 처리 및 재이용과 관련해 설계 제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역 특성상 세계 제1위의 담수화가 재이용 시장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곳에서의 수주실적은 다른 지역 진출에도 유용한 트랙레코드로 인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더 나아가 해당 프로젝트가 지앤지엔텍의 아웃바운드 영업이 아니라 오히려 사우디 측의 콜드콜 방식의 요청으로 진출이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가윤 지앤지엔텍 부사장은 “기존의 중앙 집중형 하·폐수 처리 시스템을 지역별 하·폐수 처리하는 분산형 솔루션 AGS 기술 등 수처리 연구를 상업화로 이어주는 플랜트 제작력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면서 “한두차례의 기획성 출장이 아니라 꾸준히 사우디 담당자와 소통과 현지 미팅을 통해 신뢰감을 쌓는 게 우선”이라고 현지 진출 노하우를 요약했다.

현지 사기, 기만행위도 주의해야
제도적, 법률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영국계 로펌인 트라워즈 햄린스(Trowers & Hamlins) 두바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윤덕근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한상들 사이에서 ‘중동 전문가’로 유명하다. 2019년부터 6년째 중동 현지에서 근무하며 한국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을 자문해 왔다.

윤 변호사는 “ ‘중동법=이슬람 종교법’ 이라는 폐쇄적인 시선을 벗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지난해 말에는 사우디가 민법을 제정하는 등 GCC 국가 모두가 민법과 상법, 노동법 등 비즈니스 친화적인 제도 정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UAE에 존재하는 46개의 프리존(경제자유구역)은 세금 혜택, 외국인 100% 지분 소유 허용, 간소화된 사업 설립 절차등을 제공하는 데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지 진출이 간절한 한국 기업들을 노린 사기와 기만행위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은 지난 2022년도 사우디, UAE 왕족을 빙자한 사기를 조심하라는 공고를 낸 바 있다. 아랍 왕족들에 대한 환상이 큰 데다가 이들 왕족의 족보와 가계도를 한국인들이 조회하기는 어려운 점을 악용해, 투자 유치나 파트너십을 빌미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탓이다.

일부 현지 에이전트가 한국기업들을 타깃으로 잡아 정보격차를 활용, 사실상의 부당이득을 거둔다는 주의보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계 대기업 근무 경력을 내세워 접근하는 에이전트 때문에 큰 피해를 보았다”면서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기다려라, 곧 된다는 말로 지속적으로 수수료만 받아 가는 바람에 시간과 비용만 소요하고 업무는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라고 성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들이 주장하는 업무 경력에 대한 철저히 검증하고, 교민사회와의 평판조회 또한 필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태양 크레센트컨설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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