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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단독]독립기념관, 광복 80주년 특별전에 ‘뉴라이트 사관’ 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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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22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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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이 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 중인 내년도 광복 80주년 특별전시에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됐다는 문제 제기가 22일 나왔다. 뉴라이트 성향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취임 이후 독립기념관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독립기념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제안보고’ 문건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은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2025년 8월부터 11월까지 전국 5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도시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사업 추진 목적으로는 “독립기념관법에 명시된 ‘국가발전사’ 관련 사업 실행 기반 마련”이 언급됐으며, 구체적으로는 ‘6·25전쟁, 산업화, 자유민주주의 발전 주제 기획전 전시’가 명시됐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2024년 8월30일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의 보고로 내부 결재가 이뤄졌고, 지난 9월 김형석 관장에게도 보고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구성됐는데, 2부에서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발전’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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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이 지난 8월 작성한 오는 2025년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제안서에 담긴 ‘광복 80주년 계기 특별전’ 전시 계획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전시의 근거가 된 ‘국가발전사’는 독립기념관법 제1조에 등장하는 문구다. 독립기념관법은 제1조에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계에선 독립기념관이 특정 문구를 확대 해석해 산업화·자유민주주의 등 뉴라이트 역사관을 독립운동사에 끌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보고서에 언급된 ‘6·25전쟁, 산업화, 자유민주주의’는 독립기념관이 다뤄온 역사 의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기념관은 천 의원이 최근 20년간 독립기념관이 연구한 6·25전쟁, 민주화운동, 산업화 관련 내역 일체를 요구하자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독립기념관 사정을 잘 아는 한 역사학계 인사는 “독립기념관의 기본 업무는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관련한 역사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며 “독립기념관의 정체성을 흔드는 사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통상 특별전 예산이 1억5000만원~2억원 정도 들었던 것과 비교해 9억원 예산도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 관장은 취임 전부터 뉴라이트 성향으로 논란이 됐다. 과거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 등을 주장해 광복회가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한 바 있고, 2022년 8월 펴낸 책 <끝나야 할 역사전쟁>에서 과거 정부의 친일 청산 작업을 깎아내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천준호 의원은 “광복 80주년 행사가 윤석열 정부 뉴라이트 잔칫날로 변질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을 원점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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