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의혹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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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관저 이전 공사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의 비위 사실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라는 감사원의 징계 요구를 한 달 넘게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가 관저 공사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인물로, 현재 한국공항공사 사장 최종 후보 5인 중 한 명으로 심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이 ‘보은 인사’를 위해 징계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2일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전 비서관이 “관저 보수공사 관리·감독 의무를 부당하게 처리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과정에서 다수의 국가계약 및 공사 관련 법령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감사보고서에는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거나, 준공 검사를 하지도 않은 채 준공 처리를 한 사실 등이 담겼다. 당시 총괄 책임자였던 김 전 비서관은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공사의 신속성’만 강조한 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추후 인사자료로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김 전 비서관을 징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나중에 공직에 재임용될 소지가 있을 때 불이익을 받도록 기록을 남겨두라는 취지다. 김 전 비서관은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됐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퇴직한 상태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감사원의 징계 요구를 무시하고 인사혁신처에 자료 통보를 미루면서, 김 전 비서관이 또다시 고위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 6월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개모집에 응모했고, 현재 최종 후보자 5인 중 한 명으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사·검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공사 임원추천위원장에 대통령 경호처 출신 인사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김 비서관을 사장으로 사실상 내정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김 전 비서관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등 정치권 이력이 대부분인 그는 주택 정책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한데도 국토부 1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마저도 임명된 지 6개월도 안 돼 총선 출마를 이유로 퇴직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김 전 비서관의 ‘총선용 스펙’을 쌓아주기 위해 국토부 요직에 앉혔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전 비서관도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콘텐츠를 후원한 업체 ‘21그램’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을 총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면서도 “김건희 여사가 추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사원이 제시한 후속 조치 처리기한이 아직 남아있고, 기한 내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공사 사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법령에서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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