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에서 열린 몰도바의 EU가입 국민투표·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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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몰도바에서 치러진 유럽연합(EU) 가입 찬반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과반을 겨우 넘겼다. 같은 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친(親)서방 성향의 집권 행동과연대당(RAS) 소속 마이아산두 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친러시아 성향 후보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과 결선 투표(다음 달 3일)를 치르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몰도바 EU 가입을 위한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전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찬성은 50.39%, 반대는 49.61%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몰도바는 헌법에 ‘EU 가입을 몰도바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국민투표와 동시에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선 42.45%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산두 대통령과 25.98%로 2위에 오른 스토야노글로 전 총장이 맞대결을 치르게 됐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수도 키시나우에서 EU 가입 국민투표와 대통령 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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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와 대선 모두 기존 예측에서 벗어난 결과다. 투표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몰도바 국민의 63%가 EU 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산두 대통령은 36.1% 지지율로 스토야노글로 전 총장(10.1%)을 크게 앞섰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토야노글로 전 총장이 크게 선전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대해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세력과 결탁한 범죄 집단이 국가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가했다”며 친러시아 세력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몰도바 경찰은 이달 초 친러시아 단체가 몰도바 국민 13만여 명에게 금품 살포를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저조한 지지율이 범죄 집단 때문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몰도바 대선 후보인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이 21일(현지시간) 수도 키시나우에서 EU 가입 국민투표와 대통령 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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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약 250만명인 유럽 최빈국 몰도바의 경제난이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두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몰도바 국민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에너지난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로 몰도바 정부가 EU 가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산두 대통령 역시 결선투표에서 결국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봤다. 파리정치대학 정치학자 플로랑 파르멘티에르는 AFP통신에 “친유럽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산두의 리더십이 약화할 것”이라며 “(결선투표에서도) 1차 투표에서 떨어진 나머지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스토야노글루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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