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2 (화)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경찰의날 삭발한 경찰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협, 근무 환경 항의

“감정노동·인권침해 심각

청장은 부하와 소통을”

경향신문

‘경찰의날’인 21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관 인권탄압 규탄대회에서 경찰청의 GPS 감시와 밀어내기 순찰을 규탄하며 삭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관들이 ‘경찰의날’인 21일 조직 내 소통과 현장 근무여건 개선 등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경찰청이 새롭게 시행한 순찰·보고 등 근무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데다 과로를 유발하고 있다며 항의한 것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현장 경찰관에 대한 인권탄압 규탄대회’를 열고 “대한민국 경찰은 기계가 아니다” “불통 청장은 하위직과 소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협의회 소속 경찰관 8명과 퇴직 경찰관 1명은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을 했다.

이들은 현장 경찰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지적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장유석 경감은 “경찰의날이라 딸이 꽃다발을 보내줬다”며 “표창도 받고 즐겁게 보내야 하는 시간인데 그러지 못하고 머리를 깎고 있다”고 말했다. 장 경감은 “경찰청에서 (조직개편을) 확정짓기 전에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도 하지 않고 반영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충북 옥천서 소속 안유신 경위는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하는 감정노동자”라며 “현장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폭력에 노출되면서 버텨왔기에 세계적 치안강국이 된 것인데, 우리가 쌓은 것은 우울증·자살·순직 1위라는 불명예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지호 경찰청장 취임 후 내려진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안’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개선안은 2시간 이상 순찰차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정차 사유 등을 의무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 8월 경남 하동에서 한 40대 여성이 순찰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남 김해중부서 소속 김건표 경감은 “24시간 업무를 감시하고 순찰 뺑뺑이를 돌리겠다는 것”이라며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출범한 기동순찰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범죄 예방과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순찰을 담당하는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회장은 “기동순찰대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순찰만 하는 기동순찰대와 민원·112신고 접수까지 처리하는 지구대·파출소 간의 업무분장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장 경찰관들과의 소통, 지역관서 근무감독 체계 중단, 조직개편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6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현직 경찰이 올린 조 청장 탄핵 요청 청원은 5일 만에 5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날 경찰청에서는 ‘제79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순직 경찰 유족과 현장 경찰관 등 460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합당한 처우를 누리고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창간 기념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에 초대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