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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애널리스트의 마켓뷰]선가 상승 여력 여전, 조선업 비중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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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배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 고민해볼 때다. 신조선가가 역사적인 고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이달 4일 영국의 선박 중개 기관이자 리서치 기관인 클라크슨에서 매주 발표하는 선박가격동향 지표인 신조선가지수가 전주 대비 0.13포인트(―0.07%) 하락했다.

매주 상승세였던 신조선가지수가 오랜만에 소폭 하락한 것인데, 일주일 만에 조선주 주가는 7%가량 하락했다. 선가에 대한 조선주 민감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선가는 조선사 납기 슬롯(선박 건조공간)의 가치를 대변하며 일대일 계약의 결과물이다. 조선사의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가 없다면 납기 슬롯의 수급에 따라 선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선주사 대부분이 현재 선가를 감내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는지는 다른 얘기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까지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높은 선가에 저항하면서 선가 조정기를 기다릴 것이다. 톤수 기준 2021년을 정점으로 연간 상선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클라크슨 신조선가지수는 193.23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역사적 고점 대비 0.9% 높은 수준이다. 선종별로 인도받은 선박을 매각하기 전까지 운용해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으로 내부수익률(IRR·Internal Rate of Return)을 구하고, IRR이 특정 기준을 초과하면 투자한다는 가정에 따라 계산한 수치다. 투자 기준점은 2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4.0%)이다. 이는 해당 선박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무위험으로 얻어갈 수 있는 수익으로, 일종의 ‘기회비용’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1만∼1만1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전통 디젤 추진 사양의 컨테이너선 현재 시세는 척당 1억3100만 달러인데, 10년간 운용해 중고가로 매각할 경우 IRR은 연 12.1%다. 이 경우 현 시세보다 29.6% 높은 가격에 투자해도 IRR이 연 4.0%보다 높다. 같은 논리로 대표 5대 선종의 가격 저항선을 구해 신조선가지수 고점을 추정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선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연초만 해도 기대하지 않았던 대형 컨테이너 선주사들이 현재 시세 이상으로 실제 대형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올해 발주된 선박의 70% 이상을 중국 조선사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가져갔지만, 일물이가(一物二價)로 형성된 선박의 가격에 국내 조선사가 따라 붙을 이유는 없다.

클라크슨 시세가 중국 조선사로 발주된 선박의 계약가를 인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가 지수가 가파르게 조정받을 일은 없다.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 증가, 선박금융 조달 금리 하락 등의 요소들이 이론적으로 구한 선가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다. 선가가 주도한 업사이클이 이어지는 이상 국내 조선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변함없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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