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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미륵사지에서 찾은 '타임캡슐'…높이 143㎝ 장식기와 첫 공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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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익산박물관, 개관 5주년 맞아 미륵사지 출토 '치미' 조명

나뭇잎 문양·지문 남은 조각 등 눈길…기록 속 '거작' 확인도

연합뉴스

처음 선보이는 대형 치미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 동쪽 승방 터에서 출토된 대형 치미가 전시돼 있다. 치미는 건축물의 지붕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기와로, 최근 복원된 이 치미는 처음으로 공개된다. 2024.10.21 yes@yna.co.kr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과거 왕이 살던 곳이나 사찰 등 중요한 건물에는 특별한 장식을 둬 그 위엄을 높였다.

용마루의 양쪽 끝에 설치해 나쁜 기운을 물리쳤던 치미다.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던 익산 미륵사 역시 다양한 치미로 지붕을 장엄했다.

7세기 무왕(재위 600∼641) 대에 창건돼 조선시대까지 사세가 이어져 온 미륵사 터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담은 치미 조각 900여 점 출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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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운을 쫓고 절을 지키는 치미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가 전시돼 있다. 왼쪽은 연못 터에서 나온 치미 아랫부분, 오른쪽은 동쪽 승방 터에서 출토된 치미. 2024.10.21 yes@yna.co.kr


미륵사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흔적, 치미 조각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이달 22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미륵사지 출토 치미 -제작, 폐기, 복원의 기록-'을 통해서다.

강건우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개막을 앞두고 21일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과도 같은 치미의 제작, 폐기, 복원의 과정을 돌아보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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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치미 조각을 한자리에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다양한 치미 조각이 한자리에 전시돼 있다. 2024.10.21 yes@yna.co.kr


전시장에 들어서면 위·아래 색이 다른 치미 조각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동쪽 금당 터에서 발견된 이 조각은 날개의 한 부분처럼 보인다. 백제에서 통일신라에 이르는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위는 갈색빛, 아래는 검은빛을 띤다.

강 연구사는 "과거 치미가 어떤 이유로 파손되고 땅에 묻힌 걸 1980년대 찾아낸 흔적"이라며 "위·아래 색이 달랐으나 복원하면서 맞춰보니 딱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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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에 남은 나뭇잎 자국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 조각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나뭇잎 문양을 새기거나 실제 나뭇잎이 찍혀 있는 조각 모습. 2024.10.21 yes@yna.co.kr


조각 상태로 있는 유물이라 해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전시는 총 185건의 유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륵사지 치미를 소개한다.

나뭇잎 문양을 새기거나 실제 나뭇잎이 찍혀 있는 듯한 치미, 서쪽 금당 터에서 발견된 치미 가운데 지문이 남아있는 조각 등과 함께 치미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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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에 남은 누군가의 지문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 조각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지문이 남아있는 조각들. 2024.10.21 yes@yna.co.kr


치미에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한 흔적은 연구·조사를 거쳐 확인한 부분이다.

옛 장인들은 치미의 날개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얇은 금속 막대(거작·拒鵲)를 꽂았는데, 박물관은 수로 서쪽에서 발견된 치미 조각에서 실제 금속 조각을 발견했다.

강 연구사는 "금속 막대 즉, 거작과 관련한 기록은 있었으나, 실제 치미 조각에서 확인한 것은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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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에 남은 역사의 흔적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서 강건우 학예연구사가 미륵사지 출토 치미 조각을 설명하고 있다. 2024.10.21 yes@yna.co.kr


다양한 형태와 문양의 치미 조각을 모은 2부 전시는 특히 시선을 끈다.

연못 터, 회랑 터, 배수로 등에서 발견된 조각을 연꽃무늬, 비늘무늬, 덩굴무늬 등 다양한 문양으로 묶어 보여준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치미 조각도 볼거리다.

문양 설명에는 부여 왕흥사지, 경주 사천왕사지, 충주 숭선사지 등 옛 절터에서 발견한 치미 조각 사진을 더해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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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에 남은 무늬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치미 조각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용 무늬가 남은 조각. 2024.10.21 yes@yna.co.kr


강 연구사는 "백제와 관련한 치미가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건 4점뿐"이라며 "조각난 치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문양, 역사적 흔적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높이가 143㎝에 이르는 치미는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유물이다.

미륵사지 동원(東院) 승방 터에서 출토된 대형 치미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상·하부를 합쳐 완전한 형태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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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색이 다른 치미 조각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서 강건우 학예연구사가 미륵사지 출토 치미 조각을 설명하고 있다. 2024.10.21 yes@yna.co.kr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치미는 승방 터에서 출토된 높이 99㎝의 또 다른 치미, 연못 터에서 발견한 치미 아랫조각과 함께 전시해 과거 절의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생각해보도록 한다.

강 연구사는 "같은 곳에서 발견됐어도 143㎝ 높이의 치미는 에너지를 보여준다면, 99㎝ 높이의 치미는 단아한 느낌"이라며 "통일신라 치미 중에서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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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 보존·복원은 어떻게
(익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1일 전북 익산시 국립익산박물관에 장식 기와인 치미를 어떻게 보존·복원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설명돼 있다. 2024.10.21 yes@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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