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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김호광 칼럼] 인공지능과 로봇이 바꾸는 전쟁의 미래: 기회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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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민간용, 상업용 드론을 개조한 전쟁용 드론이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의 기술적 진화를 상징하는 순간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상업용 드론이 손쉽게 개조되어 테러에 사용된다면, 전 세계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쟁에 투입될 경우, 민간인 피해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장에 투입되는 상황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이는 전투원의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희생을 줄여 전쟁의 피로도가 줄어드는 점이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쟁 참여가 민간인 피해를 증가시킬 위험성도 존재한다. 로봇은 인간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학습된 데이터에서 벗어난 상황을 직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전투 환경에서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비정규전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의 민간인 구분은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전쟁에서 군복을 입지 않은 비정규 테러전이 일반화됨에 따라 민간인을 인공지능이 전투 요원과 구분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전쟁은 종종 혼란스럽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민간인과 민간인 옷차림의 테러리스트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이러한 돌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오인과 오판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는 전쟁의 도덕적 책임과 윤리적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전투 로봇이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실수로 민간인 살상이라는 상황을 야기할 경우,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 전쟁의 윤리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전쟁용 로봇의 발전: 의료와 고위험 분야보다 더 빠른가?

로봇 기술의 발전은 전쟁뿐만 아니라 의료, 제조, 구조 등의 고위험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전쟁용 로봇의 발전이 이러한 분야보다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수술용 로봇이나 원격 치료 기술은 인명을 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그 개발 속도는 군사용 로봇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 드론이 민수용으로 출시되자마자 바로 군용 기술로 전환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앞으로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목 받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는 전장의 군인들에게 정보 전달과 전술 지휘 체계로 기술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용 로봇의 장점:

1. 병력 보호: 로봇이 전선에 투입됨으로써 인간 병사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고위험 지역에서 효과적이다.

2. 정확한 타격: 인공지능은 목표물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할 수 있어, 전투에서 효율성을 높인다.

3. 지속적 작전 수행: 로봇은 인간과 달리 피로를 느끼지 않아 24시간 작전이 가능하다.

전쟁용 로봇의 문제점:

1. 오판의 위험성: 인공지능은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 비정규전이 늘어나는 현대전에서 민간인과 적군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는 무고한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2.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전투 로봇이 저지른 실수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는 국제법적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3. 전쟁의 도덕적 경계: 로봇 전쟁은 전쟁의 비인간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인간 병사는 전쟁 중에도 도덕적 갈등을 겪지만, 로봇은 그저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로 인해 효율적인 전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민간인의 피해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민간인 지역에 숨어든 반군을 무리하게 소탕할 수 있다. 만일 인간 전투병이 투입된다면 가자 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의 딜레마처럼 병력 투입은 쉽지 않은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자율 유령 함대: 전쟁의 양상이 AI로 바뀌는가?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자율 항해 및 자율 전투가 가능한 유령 함대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유령 함대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전투를 수행하며, 드론과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자율 무기 체계를 통합하여 운용된다. 이는 전쟁의 양상이 인간 중심에서 인공지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이 전투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되면, 전쟁은 효율을 중시하여 더욱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인간 병사가 느끼는 감정적, 윤리적 판단이 배제되고, 전쟁은 단순히 기계와 기계의 대결로 변질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쟁의 도덕적 기준은 더욱 모호해지며, 인공지능이 전황 데이터로 결정하는 전투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더구나 민간용 드론은 성능이 우수하고 저렴한 점은 테러리스트와 불량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테러리스트가 민간용 드론을 개조하여 가미가제 자살폭탄 테러용으로 만든다면 비용 대비 효율이 엄청나게 저렴하다. 자상 폭탄 드론을 막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이런 비대칭 전력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하마스, 이란의 미사일에 비교했을 때 공격 무기보다 방어 무기의 가격이 수십, 수백 배 고가였던 점에서 볼 수 있듯 인공지능 드론 전쟁에서도 가성비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윤리적 문제와 해결책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전쟁은 수많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우선, 전투 로봇과 자율 무기 체계가 적군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공격했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부정확하거나 비윤리적일 경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 이상의 문제를 야기할 때 민간인의 대량 살상, 특정 인종과 종교 집단의 제노사이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쟁의 비인간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전쟁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의 희생을 줄이는 기술적 진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전투 인원 손실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국지전을 정치인들이 결정하기 쉬워진다. 이로 인해 전쟁 자체가 더 빈번해지고 잔인해질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이 전투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수록, 인간이 전쟁에서 느끼는 도덕적 부담은 줄어들고, 이는 전쟁을 더 쉽게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래 전쟁은 인명 피해가 없는 전쟁이 가능하다는 군부의 조언에 의해 정치인들의 오판이 드론, 인공지능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결론-인공지능 디스토피아와 희망사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은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상업용 드론의 군사적 활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장 투입, 그리고 자율 유령 함대의 개발까지, 이러한 기술은 전쟁을 더 효율적이고 정밀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할 윤리적 문제와 민간인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미래의 전쟁은 인간이 지닌 도덕적 판단과 감정적 고뇌가 배제된, 비인간적인 전쟁이 될 수 있으며 전투병의 피해로 전쟁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월남전의 경우 미국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전쟁을 압도했지만 사상자의 증가로 인해 미국 내의 반전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철군하게 된 사례가 인공지능 기반의 미래전에서는 인간이 전장에서 사라짐에 따라 반전 여론은 현격하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전쟁에서 기술적 진보는 전후 민수 기술로 전환되어 인류의 진보와 복지에 도움을 준 사례가 있지만 너무나 많은 숭고한 생명이 희생된 뒤였다. 인류가 1,2차 세계 대전을 끝내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윤리적 상식이라는 보편 타당한 정서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전쟁터에서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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