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1 (월)

“나 살아있어” 장기 적출 직전 눈 번쩍 뜬 美남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장기 적출 직전 기적적으로 눈을 뜬 앤서니 토마스 TJ 후버 2세. /틱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장기 적출 직전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각) 미국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인 앤서니 토마스 TJ 후버 2세(36)는 2021년 10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켄터키주 뱁티스트 헬스 리치몬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 의료진은 후버의 상태를 살펴본 뒤 뇌사 판정을 내렸다.

이후 의료진은 장기기증 절차를 밟기 위해 심장 카테터 검사를 진행했다. 심장 카테터 검사는 장기 기증자의 심장이 새로운 심장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될 만큼 건강한지 평가하기 위해 시행된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다. 이미 뇌사판정을 받고 죽은 줄 알았던 후버가 눈을 뜬 것이다. 이윽고 후버는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 켄터키장기기증협회(KODA) 직원 나타샤 밀러는 “검사를 진행하던 외과의는 ‘난 여기서 빠지겠다. 이것과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모두가 화가 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장기기증 코디네이터가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는 것을 우연히 듣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결국 후버의 장기 적출은 취소됐다. 다행히 후버는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후버의 동생 도나 로러는 “오빠가 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이동할 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됐을까봐 걱정이 됐었다”라며 “마치 오빠가 ‘나 아직 살아있어’라며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로러는 병원 측에 이러한 사실을 얘기했지만, 의료진은 “그저 흔한 반사작용일 뿐”이라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이 사건은 장기 보존 전문가인 니콜레타 마틴이 지난 9월 장기 조달 조직을 조사하는 청문회를 열었던 하원 에너지 및 상무 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폭로하면서 공론화됐다.

마틴은 “내 인생 전체를 장기기증‧이식에 바쳤다”라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기증자를 보호하기 위한 더 많은 조치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기록을 살펴봤다면서 “후버가 깨어났을 때 의료진은 진정제를 투여하고 그의 장기를 적출하기 위한 절차를 계속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KODA 관계자들이 이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마틴은 “살아있는데 누군가 내 몸을 갈라 신체 일부를 꺼낼 거라는 건, 모든 사람의 ‘최악의 악몽’”이라며 “정말 무섭다”고 했다.

현재 장기 조달을 감독하는 연방 보건 자원 서비스 관리국(HRSA)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뱁티스트 헬스 리치몬드 병원 측은 NPR에 보낸 성명에서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우리는 환자 및 가족과 긴밀히 협력해 장기기증에 대한 그들의 바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