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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사설] 소득 8만달러 美에도 뒤져,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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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자극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치를 뜻하는 잠재성장률이 올해 2.0%에 그쳐 미국(2.1%)에 역전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5년 새 0.4%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미국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성공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4년 새 0.2%포인트 끌어올린 결과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약 3만6000달러로, 미국(약 8만5000달러)의 42% 수준이다.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해 한참 더 성장해야 할 한국이 이미 완숙(完熟) 경제에 접어든 미국보다 성장 잠재력이 뒤처진 것이다.

경제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앞으로 실제 성장률이 그만큼 낮아져 만성적 저성장에 빠져들 수 있다는 신호다. 저출생·고령화 탓도 있지만 더욱 큰 원인은 혁신 능력 저하와 투자 부진, 노동생산성 악화 등으로 경제 활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단기적으로 불가항력 요인이지만 규제 개혁과 신산업 육성, 기업 활동 장려 등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잠재성장률도 2020년 0.9%에서 올해 1.1%로 높아졌고 독일도 같은 기간 0.7%에서 0.8%로 상승했다. 경제 활성화에 총력전을 편 정책의 성과가 나타난 결과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을 제외한 G7 국가보다는 높지만 빠른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에 이어 ‘저성장의 덫’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성장 잠재력 회복에 특효약은 없다.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낡은 제도와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 규제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적절히 공급하기 위한 교육 개혁도 시급하다. 심각한 저출생 추세는 단숨에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여성 인력이나 고령 인력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등의 노동력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빚내서 돈 푸는 식의 포퓰리즘 대증(對症)요법으로는 잠재성장률 급락을 막을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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