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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적의 노래들'로 4일간의 추억여행...김동률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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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적 콘서트 '이적의 노래들'이 진행됐다.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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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선배님이 어디선가 듣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생각해보는 마음으로 불렀습니다.”

가수 이적은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콘서트 ‘이적의 노래들’에서 고(故)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노래한 뒤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영웅'을 추모하는 노래를 선곡한 이적의 진정성에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7일부터 20일까지 총 4회차, 1만2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콘서트 ‘이적의 노래들’은 이적이 만들고, 영감 받고, 좋아하는 노래를 엮은 세트리스트로 꾸려졌다. 1995년 그룹 패닉으로 데뷔, 김동률과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을 거쳐 솔로 가수로 활동하는 뮤지션 이적의 행보를 압축한 24곡이 울려 퍼졌다.

이적의 노랫말이 둥근 띠를 이루면서 시계 방향으로 도는 영상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웨일 송’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 그는 ‘반대편’, ‘빨래’를 연달아 불렀다. 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간 라이브로 들려주지 않았던 ‘숨’, ‘민들레, 민들레’와 정인에게 선물한 ‘미워요’, 패닉 데뷔앨범 수록곡 ‘달팽이’도 선곡했다. 이적은 “재작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소극장 형태로 만났지만, 이렇게 큰 규모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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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노래들' 무대에 오른 이적은 "이렇게 큰 규모의 공연은 2019년 이후 오랜만"이라고 반가워했다.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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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노래를 조명하는 공연 콘셉트에 맞춘 듯, 무대 장치엔 LP와 CD를 연상케 하는 원이 많았다. 12명의 연주자와 코러스 3인 또한 이적이 노래하는 공간을 반원으로 둘러쌌다. 이적은 무대 중앙에서 기타 또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한 ‘다행이다’에서 그는 “이 가사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노래할 수 있고 공연할 수 있는 건 모두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팬들의 사랑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통기타를 집어 든 이적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부른 뒤, 들국화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 OST에 수록한 ‘걱정말아요 그대’를 들려줬다. 이적은 “OST 제안을 받고 ‘김광석 선배가 편곡하면 어떤 노래가 될까’ 상상하며 작업한 곡이다. 이 이야기에 김민기 선배님이 ‘참 깜찍하다’고 해주셨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달 발표한 4년 만의 신곡 ‘술이 싫다’를 부르면서는, “작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기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어떤 무대를 꾸밀까 고민했다. 같은 레퍼토리는 하고 싶지 않아서 공연을 잡아놓고 신곡을 냈다”고 밝혔다. ‘술이 싫다’는 이적의 기존 노래들과 다른 통속적 느낌의 이별 가사를 담은 발라드다. 신곡과 함께 이적은 관능적인 무드의 ‘천천히’, 떼창을 유도한 ‘물’, 조명으로 비를 형상화해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한 ‘레인’ 등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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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다행이다'에 대해 "내 노래들의 팔자를 바꾼 곡"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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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김동률 콘서트 이후 약 9년 만에 무대에 선 카니발의 등장에 객석의 환호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땐 그랬지’를 부르며 이적과 나란히 선 김동률은 “오늘이 2024년 첫 번째 공식 스케줄”이라고 인사했다. 이적은 “가요계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거들었고, 김동률은 “언제 할지 모르는 공연을 준비하고, 언제 낼지 모르는 곡을 작업하며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그땐 그랬지’를 함께 부른 건 2015년 이후 처음이고, 이적 콘서트에 게스트로 온 건 15년 정도 된 것 같다”면서 “우리가 각자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가끔 함께 무대에 섰을 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 ‘괜찮게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영원한 우정의 노래 ‘벗’, 꿈을 향한 소년들의 굳은 다짐을 담은 ‘거위의 꿈’도 함께 불렀다. 이적은 "이 노래들을 부를 때가 만 23세였다.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면서 "이제서야 이 노래들의 가사가 와 닿는다. 김동률이 쓴 ‘그땐 그랬지’, ‘벗’은 지금 부를 것을 예상하고, 혼자 미래에 다녀온 것처럼 가사를 썼다"고 놀라워했다. 김동률은 “많은 곡을 조숙하게 써 놓았기에 아직까지 먹고 산다”며 “지금도 무언가 집에서 준비하고 있다. 남보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탄탄한 모습으로 나타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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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은 17~20일 진행한 이적 콘서트 '이적의 노래들' 게스트로 전 회차 출연했다.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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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과 김동률은 1997년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로 활동하고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사진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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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데뷔 30주년을 앞둔 이적 또한 앞으로도 뜨겁게 노래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예능 ‘무한도전’에서 만든 ‘압구정 날라리’를 앙코르곡으로 노래했다. “데뷔하고 쌓인 노래들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곡을 내고 공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즐겁게 뜨겁게 노래하겠습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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