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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 만의 금리 인하, 내수회복과 집값 안정은 이제 정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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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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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당장 경기가 회복하는 건 아니다. 금리 인하를 발판으로 내수 회복 속도를 높이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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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미국이 지난 9월 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는 등의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한국도 늦게나마 합류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한은은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 때문에 주저했다. 그러다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 빚 증가와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마침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장기화한 고금리와 고물가 속 부진의 늪에 빠진 내수가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금방 내수가 살아나기는 어려운 구조다. 기준금리가 인하됐으니 기업과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그동안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올려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집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2013~2022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울 지역 신축 주택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세와 매매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남아 있다. 한은이 조사한 9월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119로 기준선 100보다 한참 높다. 서울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4월에 100을 넘어섰고, 6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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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상승의 핵심 요인인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재건축ㆍ재개발 촉진, 비非아파트 시장 활성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담은 8ㆍ8 부동산 대책을 더 구체화하고 실행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도 긴요하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연초에는 대출 규제를 느슨하게 하다가 연말에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추려고 규제를 강화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상 경제성장률을 웃돌지 않도록 은행권 가계대출 공급을 월별로 고르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세자금 대출과 정책성 대출로 확대 적용해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하는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침체된 내수를 진작하려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3개월 뒤에도 현행 기준금리(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 안정 추세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받아 집을 사는 '영끌' 투자가 재연될 것을 우려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나섰다.

한은이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했지만 미국 같은 빅컷이나 과거의 초저금리 시대를 기대해선 안 된다. 이창용 총재가 강조했듯 한은의 입장은 '매파적 금리 인하'다. 피벗은 했지만, 통화 긴축은 끝나지 않았고 조금 완화된 수준이다.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만큼 이제 위험을 관리하면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 회복 속도를 높이는 일은 정부 몫이 됐다. 정부는 금리인하에 맞춰 경기의 군불을 때면서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복합 과제를 떠안았다.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 침체한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거시ㆍ금융정책 최고책임자인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의 'F4'의 공조 체제가 긴요하다.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필요한 대책을 제때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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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집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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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가계부채 급증이나 집값 급등은 상당 부분 서울 등 수도권의 문제다. 지방에선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건설경기도 침체일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처한 상황을 감안한 맞춤형 부동산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창용 총재도 14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에서 여러 가지로 대출 제도를 제약해도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예고됐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동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필요한 지출이나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그 여력을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업에 할애하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나아가 맞춤형 자영업 대책과 규제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다양한 분야의 내수 마중물 사업 발굴ㆍ지원 등 적극적ㆍ창의적인 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정부와 여당이 실력을 보여줄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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