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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엔진 독립’ 도전… 공중 전력 강화-전투기 수출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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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국산 첨단 엔진 개발 시동 건 한국

방사청, 최첨단 엔진 국산화 선언… 2030년까지 전투기용 개발 계획

완성 땐 민수용으로도 활용 가능… 미-영 등 항공 엔진 보유국 5곳

수출 규제로 기술 유출 원천 봉쇄… 일본-인도 등 독자 개발서 고배

국내서도 2013년부터 개발 지속… 한화-두산 등 생산 경험 있어

“인력 등 꾸준한 지원 있으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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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항공엔진 ‘독립 시동’

한국이 전투기에 장착되는 엔진 개발에 나섰다. 외국산 엔진에 의존하던 과거를 넘어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엔진을 보유하기 위해서다. ‘항공 엔진 독립’은 전력 강화 차원뿐 아니라 엔진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꼭 이뤄내야 하는 목표다.》



“1만5000lbf(파운드포스) 급 국산 터보팬 엔진을 개발하겠습니다.”

2023년 2월 부산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 콘퍼런스 현장. 조용진 전 방위사업청 국방기술보호국 기술정책과장의 이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엔진 중에서도 가장 개발하기 어렵다는 항공기 엔진 국산화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lbf는 엔진 출력 단위로, 1만5000lbf급 엔진은 전투기에 탑재되는 수준의 엔진이다. 4.5세대 전투기인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된 1만4770lbf급 엔진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자체 전투기를 보유한 일본과 인도 등도 자체 엔진 개발에 실패했다. 일각에서 “엔진 국산화 성공이 쉽지 않다”, “수많은 나라들이 포기한 사업이다. 차라리 엔진을 사서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등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항공 엔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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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첫 시험비행에 나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이 이륙 후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이날 시험비행의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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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과 공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은 “어렵지만 반드시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이라고 말한다. 특히 ‘공중 전력의 우위 확보’와 ‘엔진의 파생력’ 측면에서 국산 항공기 엔진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모든 유·무인기에 들어가는 엔진은 외국산이다. 한국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과 경전투기 FA-50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F404 엔진을 쓴다. T-50 이전에 개발된 KT-1은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의 PT6A-62 터보프롭 엔진을 썼다. KF-21도 GE의 F414-400 엔진을 쓴다. KF-21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로부터 면허 생산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한국이 개발한 엔진은 아니다.

엔진은 전투기 원가의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규제를 통해 첨단 엔진 기술과 부품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87년 제정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조약이다. 미사일 기술의 확산 방지를 위한 조약으로, 미국과 유럽 등 34개국이 가입돼 있다. 탑재체 500kg 이상을 300km 이상 운반할 수 있는 무인 항공 시스템과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터보팬 엔진 기술 등을 수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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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용물자목록(USML) 규제를 통해 1만5000lbf 이상 터보팬 엔진 수출과 무인항공기에 적용되는 가스터빈 엔진 등의 기술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상용통제목록(CCL)에 군사용 무인기(UAV) 엔진과 각종 장비, 부품을 통제 목록으로 지정해 놓았다.

특히 주요 국가들은 현재 5세대 전투기보다 엔진 효율과 인공지능(AI) 기능 등이 강화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각종 수출 규제를 바탕으로 유인기와 무인기에 쓰이는 엔진 관련 수출을 통제하면 엔진을 사서 써야 하는 한국의 공중전력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만 구세대 항공 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심현석 방위사업청 첨단항공엔진개발 파트리더는 “미국은 최첨단 항공기인 F-22를 우방국들이 달라고 해도 한 번도 수출한 적이 없다. 첨단 엔진과 첨단 무기 도입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며 “첨단 항공 무기가 등장하는 시기에, 우방국들이 우리에게 항공 무기 체계를 판매할지 미지수다. 한국의 공중 전력 확보를 위해서 우리 엔진을 꼭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잘 키운 엔진 하나 열 엔진 낳는다

항공기 엔진을 자체 개발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엔진의 파생력’ 때문이다. 1970년대 GE가 개발한 F101-GE-102 엔진은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 랜서에 쓰이며 주목을 받았다. F101 엔진은 추후 F-15 전투기에 사용되는 F110 엔진으로 파생됐고, 나아가 F118 엔진으로 발전했다.

군용 엔진은 민간 항공기용 엔진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F101에서 파생된 민항기용 엔진이 CFM56 엔진이다. GE와 프랑스 사프랑의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이 개발한 터보팬 제트엔진으로, B737, A320 항공기와 군용 수송기 등에 사용된다. CFM56 엔진은 추후 연비가 향상된 LEAF 엔진으로 파생된다. LEAF 엔진은 B737-8과 A320neo 등 최신형 항공기에 쓰이며, 중국이 개발한 민항기 C919에도 사용된다. 잘 만든 엔진 하나로 다양한 엔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김재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 추진 연구부장은 “엔진 하나를 잘 만들어 놓으면 군수용과 민수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엔진에는 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엔진 관련 공급망과 엔진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갈 길 먼 항공 엔진 독립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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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lbf급 국산 항공 엔진 개발 사업에는 약 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방사청은 지난해 1만5000lbf급 국산 항공 엔진 개발을 천명한 뒤, 내부에 엔진 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군의 전투기 획득 계획에 맞춰 엔진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해 2030년 중후반까지 국산 전투기에 장착할 엔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KF-21에 달린 F414 엔진을 기반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연료 소모율이 10∼15% 향상된 엔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엔진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와 공정의 국산화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엔진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8년 항공 우주 핵심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 엔진 기술력은 미국의 62.5% 수준이다. 특히 방산업계에서는 엔진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 파트리더는 “기술과 설계는 어느 정도 역량이 있지만, 엔진 소재 개발이 문제다. 엔진을 뜯어 봐도 소재는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기 어렵다”며 “안정성과 성능을 인정받기 위한 장비와 실험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항공 엔진 연구개발 종사자는 800여 명으로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엔진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약 500명의 전문 연구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항공 엔진 개발 역량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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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전시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소 터빈 모형.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터빈과 구조 및 작동 원리가 비슷한 무인기 항공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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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항공 엔진 개발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3년부터 시작한 무인 편대기용 엔진(5500lbf급·터보팬 엔진)은 곧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2017년부터는 저피탐 정찰용 무인항공기에 장착할 1만 lbf급 엔진(터보팬 엔진)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에 적용할 200마력급 엔진(왕복엔진)과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에 들어갈 1400마력급 엔진(터보프롭 엔진)도 만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엔진 기술을 갖춘 기업들도 1만5000lbf급 국산 항공 엔진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도미사일 엔진, 항공기 보조동력장치, F414 엔진 등 1만 개 이상의 엔진을 만든 경험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항공기 엔진과 기술 기반 및 작동 원리가 유사한 가스터빈 경험을 활용할 계획이다.

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0년 전 가스터빈 개발을 할 때도 ‘기술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며 “한화와 두산은 실제로 엔진을 만들어 봤다. 생산 경험이 있고 기술력을 축적해 놓은 건 엄청난 자산이다. 엔진 개발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 소재나 엔진 성능 인증 등 외국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꾸준한 지원이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해 낼 수 있다”며 “K9, FA-50 등 K방산의 성공도 20년 이상 고생한 결과다. 항공 엔진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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