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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시진핑, '전략적 억제력' 격상 지시…"中 핵능력 확충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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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7일 로켓군 여단을 방문한 시진핑(사진 중앙)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부대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뒤로 이 부대에서 운용하는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이 수직으로 도열해 있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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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전략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여단을 방문해 ‘전략적 억제력’의 격상을 지시했다. 그동안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사기가 떨어졌던 로켓군이 시 주석의 재신임을 받으면서 중국의 핵능력 증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일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7일 오전 시 주석이 안후이(安徽)성에 주둔하는 로켓군의 한 여단 부대를 방문해 “전략적 억제력과 실전 능력의 업그레이드”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달 25일 로켓군이 44년 만에 남태평양 공해 상으로 사거리 1만100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DF)-31AG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한 달여 만에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현대 전쟁 형태와 작전 방법의 변화에 적응하고, 작전 임무·작전 상대·작전 환경을 긴밀하게 주시하며, 새로운 장비와 기술 및 전법 훈련을 강화하라”며 전략적 환경의 변화에 '맞춤형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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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안후이성의 로켓군 여단 시찰을 보도한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 영상에 등장한 둥펑 계열 탄도 미사일.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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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둥펑-26 탄도미사일이 천안문을 지나고 있다. 지난 17일 시진핑 주석이 안후이성의 로켓군 여단에서 시찰한 미사일과 비슷한 유형이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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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메인뉴스에서 해당 부대가 운용 중인 탄도미사일과 장병 등을 부각하는 보도를 방송했다. 영상엔 지난해 8월 임명된 왕허우빈(王厚斌) 로켓군 사령관과 쉬시성(徐西盛) 로켓군 정치위원이 부대를 방문 중인 시 주석을 수행했다. 구자선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을 보유한 안후이 츠저우(池州)시에 주둔하는 로켓군 61기지 산하 611여단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 등을 담당하는 로켓군은 지난 2015년 기존 제2포병에서 분리·개편한 이후 각종 스캔들에 시달렸다. 2022년 미 공군대학이 작성한 보고서에 전국 부대의 좌표와 편제가 노출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리위차오(李玉超) 사령관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로켓군 출신 웨이펑허(魏鳳和) 전 국방부장과 초대 로켓군 사령관 저우야닝(周亞寧) 상장도 낙마하면서 부대의 사기와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때문에 17일 시 주석의 방문은 흔들리는 로켓군의 군심을 다독이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19일 CC-TV의 영상에서 로켓군 장병들은 “주석의 배려에 감사한다”며 “적을 무찌를 기량을 고되게 훈련해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라며 충성 구호를 외쳤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19년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공개한 사거리 3000㎞의 DF-26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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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로켓군 여단을 방문한 시진핑(사진 중앙)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 주위로 장병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뒤로 이 부대에서 운용하는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이 수직으로 도열해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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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로켓군 방문을 두고 중국의 핵 능력 확충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7월에 개최한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략적 억제 역량의 발전을 서두른다”고 결정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 재고를 지난해보다 90개 늘어난 500개로 추산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10년 안에 ICBM 보유량이 러시아와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오는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개를 보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군 전문가는 “중국이 서부 내륙에 ICBM의 고정 발사대인 사일로를 약 320개 건설하고, 094급 전략 핵잠수함 배치를 서두르는 등 핵무기 발사 수단의 다각화·현대화·가속화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이번 통수권자의 로켓군 시찰은 본격적인 핵 억제력 확충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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