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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북한軍 파병 영상 속속 공개…한반도 유사시 러 개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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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우크라전 파병 ◆

매일경제

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훈련을 받기 위해 군사기지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인 파라팩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파라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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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주말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규모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이후 북한군 장병들이 러시아로 진입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국정원은 주로 위성 사진이나 인적 정보(HUMINT·휴민트)를 통해 확보한 부대 이동 및 위조 신분증 발급 등의 정보를 제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친러시아 성향 현지 매체에서는 러시아에 들어간 북한군 추정 병력의 보급·이동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인용해 최근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모와 군복 치수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CNN이 확보한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주세요"란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북한군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전선 투입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나왔다. 앞서 SPRAVDI는 지난 18일 'X'(옛 트위터)에 러시아 연해주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장비를 보급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동양계 군인이 "나오라 야"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음성이 확인됐다.

다만 미국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여부를 공식 확인하는 데 여전히 신중한 입장으로, 뚜렷한 '온도 차'가 드러나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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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한군 파병 관련 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관련 보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러시아 정부도 국정원의 발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군 파병설이 제기됐을 때와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한미가 연합 감시 자산을 통해 확보한 북한군 동향 정보를 두고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미 북한군이 러시아로 들어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여러 영상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북한군이 실제로 파병을 개시한 것이 아니라면 육두문자를 쓰면서 대남 비난에 나섰을 것인데 잠잠한 것을 보면 '침묵'으로 시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이 북한군의 파병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의사결정 절차를 끝내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도 미국의 정보 판단 지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앞서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발표한 것은 성급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굳이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이어 섣부르게 핵심적인 정보 판단을 내놓으며 부담을 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우방국과 긴밀하게 정보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군의 대규모 해외 파병이 단기적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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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군수품 지급 관련 한글 설문지. CNN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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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대북·안보 전문가는 "북한으로서는 한국과 미국이 절대로 자신들을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도 단기적으로 안보상 불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군사 전략의 중심을 핵·미사일로 옮긴 북한이 후방 병력을 일부 해외에 보낸 것이 한반도 안보 지형에는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파병으로 인해 북·러 군사동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서 '한미동맹 대 북·러동맹' 구도를 강화하며 안보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 발생 시 러시아가 개입할 근거가 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러시아에 보낼 실제 병력 규모에 대해서도 전망이 분분하다. 국정원에서는 '특수부대 4개 여단, 1만2000명' 등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지만 미국 대선 결과, 북·러 간 후속 협상, 파병 부대 병력 손실 등에 따라 실제 전선으로 향하게 될 북한군의 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문성묵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정작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추가로 파병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향후 추가 파병될 북한군이 정예 특수부대 병력이거나 건설여단 혹은 민간인일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최현재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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