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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디아4 증오의 그릇, 스토리가 혹평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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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에는 디아블로4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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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디아블로4' 확장팩 '증오의 그릇'이 출시된 지 열흘을 넘겼다.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가 스토리를 감상하고 악마를 퇴치하려 성역을 휩쓸고 있다.

출시 직후 각종 버그로 몸살을 앓았지만 버그는 디아블로 시리즈 유구한 전통이 아닌가. 다행히 아이템 가치 훼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버그는 핫픽스로 수정됐다.

잡음이 있었지만 각종 콘텐츠 구조와 파밍 과정은 이전보다 한층 나아진 만큼 유저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파밍 구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재밌어졌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디아블로4 증오의 그릇의 가장 큰 문제는 버그가 아니다. 게임의 몰입감을 제공하는 장치이자 지금껏 디아블로 시리즈의 인기 명맥을 이어준 스토리다.

대다수 유저들이 버그는 용서해도 스토리텔링 방식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디아블로4 증오의 그릇 스토리는 유저들에게 왜 혹평을 받는 것일까?

■ 디아블로3와 완벽하게 차단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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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확장팩뿐만 아니라 디아블로4 본편도 마찬가지다. 디아블로4를 기다렸던 유저층은 보통 전작을 경험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해본 적 없는 게이머도 유튜브 등으로 스토리를 정주행하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디아블로4를 시작하고 엔딩까지 보면 "전작을 왜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디아블로3 엔딩 대악마 디아블로와 말티엘을 처치하고 최강의 존재로 거듭난 네팔렘을 포함해 전작의 모든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안다리엘과 두리엘이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나오긴 하는데 어떻게 등장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는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다. 각종 복선이 무색하게 뜬금 없이 주연 캐릭터로 등장한 릴리트와 이나리우스 모두 허무하게 사라졌다.

게다가 이렇다 할 서사도 갖고 있지 않은 네이렐은 자신이 영웅인 것 마냥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챙겨 떠난다. 전작과의 연결성도, 캐릭터들의 서사도, 그동안 쌓아온 설정관도 모두 무너졌다.

네이렐이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가지고 떠난 이유는 분명하다. 로라스 나르는 전의를 상실했고 플레이어는 대악마들의 축복을 받은 탓에 영혼석을 갖고 있기엔 부적합하다. 빛의 대성당 또한 이나리우스의 죽음으로 힘을 잃었다.

팬들은 전작을 경험하면서 아무리 힘을 잃은 대악마라도 한낯 인간 따위가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레아처럼 영웅의 핏줄도 아니고 탈 라샤처럼 특출난 힘을 가진 존재도 아닌 네이렐이 영혼석을 갖고 떠난다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확장팩에선 다르겠지 기대했지만 더 최악이다. 릴리트는 죽기 직전 대악마 3형제의 부활을 예고했는데 이를 대응하기 위한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본편의 조력자였던 로라스 나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주인공은 네이렐만 따라다니기 바쁘다.

확장팩에서 슬슬 대악마의 싸움이 펼쳐지고 디아블로3 네팔렘과 천상의 소식이 전해지길 바랐던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 에피소드 오브 메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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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팩 트레일러에서 메피스토에게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던 네이렐과 거대한 메피스토의 본체가 나타난다. 이를 보며 팬들은 드디어 메피스토가 부활하고 전면전을 펼치리라 기대했다.

확장팩 엔딩까지 메피스토는 완벽하게 부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지자 아카라트만 허무하게 희생됐고 다음 확장팩 스토리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는 당연히 디아블로다. 메피스토가 스토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를 제외한 모든 시리즈는 디아블로로 시작해 디아블로로 끝난다.

디아블로4는 메피스토로 시작해 현재 진행형이다. 오랜 세월 끝에 심연에서 성역으로 강림한 릴리트도 결과적으로 메피스토의 장기말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과연 다음 확장팩에서 메피스토의 이야기가 끝날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확장팩이 출시되어야 메피스토의 본체가 완벽하게 부활하고 본편에서 언급된 디아블로, 바알을 볼 수 있을까 팬들 입장에선 답답하기 마련이다.

■ 너무 극단적이라 몰입감 저해하는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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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네이렐과 에루다. 두 캐릭터의 행동은 전작의 특정 캐릭터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네이렐은 마리우스, 레아를 떠올린다. 디아블로3 주연 캐릭터인 레아는 데커드 케인의 동반자이자 아드리아의 딸로서 각종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네이렐의 포지션이 오버랩된다.

마리우스는 디아블로2에서 영혼석을 헬 포지로 운반해야 했지만 결국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중도 하차하고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이 또한 디아블로4 마지막에 플레이어와 아카라트가 증오의 사도를 무찌르는 증오의 그릇 흐름과 같다.

에루의 행동 또한 마리우스, 아드리아와 유사점이 많다. 마리우스는 디아블로2 2막에서 바알의 유혹으로 탈 라샤에게 꽂혀있던 영혼석을 분리시킨다. 덕분에 티리엘이 뒷처리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아드리아는 말이 필요 없다. 디아블로 시리즈 배신의 아이콘이다. 사실 아드리아의 행동은 배신보다 설계에 가깝다. 그녀의 설계로 레아가 죽었고 디아블로가 역대 최악의 힘을 가진 대악마로 부활했다.

네이렐과 에루 그리고 마리우스, 레아, 아드리아는 분명 스토리에서 비슷한 행동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들이 내포한 서사와 그 행동까지의 과정이 전혀 다르다.

레아도 처음에는 뜬금 없이 나타난 소녀였다. 3막까지 진행되면서 디아블로1의 주인공이자 디아블로2의 디아블로 숙주였던 아이단 왕자의 아내인 아드리아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레아의 중요도가 급상승했다.

아드리아의 배신도 앞서 말했듯이 설계다. 이미 그 목적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기에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그녀를 향해 더욱더 분노한다. 그것이 바로 몰입감이다.

네이렐의 경우 증오의 그릇 스토리 종료까지 호라드림 유물을 찾아서 여행했다고만 알려진 '베나드'의 딸이다. 그렇다고 베나드가 아드리아만큼 중요한 포지션도 아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네이렐은 모험 중에 만난 소녀 중 하나인데 대악마의 영혼석을 가지고 혼자 떠나니까 황당할 수밖에 없다.

에루의 배신도 마찬가지다. 배신의 과정을 제대로 풀어내지 않았다. 그토록 나한투를 사랑했던 에루가 나한투를 위해 갑자기 메피스토의 유혹에 사로잡힌 모습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메피스토가 사랑하는 동료들을 죽인 원흉이라는 것을 에루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의 극단적인 선택은 스토리 내내 몰입감을 자아내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 디아블로 1, 2, 3의 치밀한 스토리 설계를 디아블로4에서는 전혀 볼 수 없으니 팬들의 분노가 커진 것도 당연하다.

■ 증오의 그릇에서도 침묵 유지한 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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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천사들과 티리엘의 행방은 디아블로 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성역에 이나리우스가 활개치고, 릴리트가 나타나고, 메피스토가 부활을 꿈꾸는 실정에서도 천상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간 편에 서겠다는 티리엘도 마찬가지다.

본편에서 티리엘은 군데군데 언급된다. 도난은 디아블로3 이후 수십년 동안 호라드림을 지휘한 티리엘이 엘리아스보다 먼저 떠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무언가를 두려워 했고 티리엘이 떠나면서 호라드림 일원도 갈라졌다. 엘리아스는 티리엘이 떠난 이후 릴리트를 소환한 것이다.

이후 증오의 그릇 에필로그 진행할 때 확인 가능한 로라스 나르의 흔적에서 불에 탄 쪽지에 "누군가가 의문의 존재를 실망시켰고 답이 없었다. 그는 어떠한 존재이지만 다른 어딘가에 있다"며 끝으로 티리엘을 언급한다. 그게 전부다.

흐름을 봤을 때 플레이어와 네이렐은 로라스 나르를 찾아 속삭임의 나무로 향할 것이다. 만약 로라스 나르를 만난다면 티리엘의 행방을 알 수 있다고 예상되는데 팬들의 관심사를 시원하게 해소하지 않으니 팬들 입장에선 한숨이 나온다.

■ 사실상 없어도 되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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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증오의 그릇 스토리에 분노한 이유를 정리하면 이 정도다. 사실 간단하게 정리해서 이 정도일 뿐이지 세밀하게 파헤치면 셀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나한투 지역의 스토리가 어떤 스노우볼을 굴릴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증오의 그릇 전개 자체로만 평가하면 굳이 없어도 아무 문제 없는 스토리다.

결국 메피스토의 거대한 본체는 트레일러에서만 나오는 허상이었으며 배신자 에루는 허무하게 죽었다. 디아블로3에서 아드리아는 레아를 제물로 바치고 도망쳐 확장팩을 강제로 기대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레아와의 관계, 아드리아를 향한 배신감으로 제발 자신의 손으로 처치하고 싶다는 감정이 쌓였기 때문이다. 만약 배신자 에루가 도망쳤어도 아드리아 때의 감정을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는 감정을 쌓을 시간과 계기가 전혀 없었기에 오히려 스토리를 향한 분노만 더 커졌을 것이다.

팬들이 디아블로에 열광하는 것은 파밍의 재미도 있지만 방대한 세계관의 스토리와 영화처럼 비치는 고퀄리티 시네마틱을 감상하는 것도 포함된다.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추구했기에 디아블로 1, 2가 명작으로 추앙받는 것이며 영혼을 거두는 자로 분위기를 전환한 디아블로3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느린 전개 속도를 탓하지 않는다.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증오의 그릇 스토리의 가장 큰 허점이다. 물론 개발진들의 의도가 있을 순 있다. 나한투 스토리가 어떤 스노우볼을 굴릴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는 개발진의 시점이다. 플레이어 시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저 예술병일 뿐이다.

이는 단순 한국 팬들의 한정적인 의견이 아닌 전 세계 팬들의 반응이다. 스토리 관련 피드백을 블리자드도 분명 확인했을 것이다. 엔딩과 개발진의 코멘트를 미뤄보다 디아블로4 확장팩은 앞으로 꾸준히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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