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간·지자체 기념 → 정부 기념 격상"
"해외 '독도 오류 시정' 줄고, 日에 항의도 늦어"
전문가 "100% 주권 행사 중...국가기념 불필요"
"日향한 국회 결의·정부대응 강화" 등 주문
지난해 10월 24일 '독도의 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을 찾은 잠신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독도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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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일각에서 향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복절 전후 화제가 된 독도 조형물 철거 논란 등을 계기로 '현 정부의 독도 문제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 야당 의원과 민간 단체들이 기념일 지정을 추진 중이다. 반면 정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독도가 실질적으로 우리 정부의 영토인 만큼,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이 뻔한 국가기념일 지정을 통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도의 날은 지난 2000년 '독도수호대'란 시민단체가 정한 것으로,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1900년 10월 25일 "독도는 울릉군의 관할구역에 속한다"고 명시한 '칙령41호(독도 칙령)'를 재가한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울릉군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올해부터 10월 25일을 지자체 차원의 독도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尹정부 독도 대응 소극적, 법정 기념일 못 박자"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자는 움직임은 지난달 11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본격화했다. 현행법에 '독도의 날'로 명시된 조항을 신설해 중앙정부가 매년 10월 25일 독도의 날 취지에 적합한 행사를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일본 시마네현이 2005년부터 지자체 예산으로 '다케시마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근거를 갖고 독도의 영토 주권에 대한 국민 의식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지난달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독도의 날(10월 25일), 국가기념일 지정에 관한 청원'을 등록했으나, 30일간 일반 시민 2만2,763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쳐 기한 만료로 종료됐다. 손동대 촛불행동 대외협력국장은 "독도는 분명한 우리의 영토라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자 했다"며 이번 청원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한민국독도협회 회원들이 지난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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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움직임이 나타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대일 관계 개선에 매진한 나머지 독도 문제 대응에는 소홀하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국정감사 기간엔 현 정부의 독도 문제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야당 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해외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오류 시정 비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낮아지는 추세"라고 짚었다. 한 의원이 3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해외 지도 독도 표기 현황 및 수정 요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인 2020, 2021년에 접수된 독도 표기 오류는 39건이었고 14건이 수정돼 약 36%의 시정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기간인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 사이트의 독도 표기 오류는 50건을 접수받았으나 10건(20%)만 고쳐져 시정률이 약 16%포인트 낮아졌다고 한 의원은 지적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언급에 대처하는 외교부의 이중적 행태도 질타를 받았다.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2024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주장한 데 대해 항의하는 논평을 같은 달 12일 한국어와 영문판으로 공개했으나, 이 문건의 일본어판만 한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의 독도 공식 홈페이지엔 일본어로 된 항의 논평이 언론 보도 직전인 10월 초가 돼서야 게재됐다. 외교부는 지연 게재의 이유가 실무적 착오 때문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정부 "우리에게 더 이로운 방향 찾아야"
그러나 현장에서 대일 외교를 펼쳐온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 문제와는 별개로 독도의 날 국가기념일 격상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강창일 전 주일 대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면서도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 "현재 독도가 실질적으로 우리 땅인데, 우리 땅인 것을 기념하자는 것은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게 되면 일본의 '독도 국제 분쟁화' 노림수에 넘어갈 수도 있다. 우리에겐 실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도 "독도는 지금 우리 정부가 평화적으로 국가 주권을 제약 없이 100% 행사하고 있다. 분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의 입장"이라면서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경우, 일본이 의도하는 '(독도 문제의) 국제 여론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독도의 날의 국가기념일 지정 시도를 두고 "열등한 외교정책"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지속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해외 웹사이트에 기재된 독도 관련 오류정보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전 대사는 "해외의 독도 정보 오류 등은 (우리가) 시정 요청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회도 일본을 향해 '독도 관련 (역사왜곡 등) 쟁점화 시도는 한일 관계 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우리 국민에게도 일본이 여러 경로를 통해 독도 관련 사안을 문제 삼으려 한다는 점을 정확히 교육하고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7차 본회의 대정부질문(교육·사회·문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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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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