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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멕시코 첫 ‘프레시덴타’… 美 해리스 당선 땐 ‘우먼 케미’ 기대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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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성 지도자 현주소

‘女風’ 거세다지만…

女 수반, 유엔 회원 193國 중 13國

1960년 스리랑카서 세계 첫 탄생

산마리노공화국 20명 배출 ‘최다’

아직은 ‘유리천장’

美 힐러리 대권 도전했지만 불발

女의원 50% 이상 193國 중 6國뿐

女 정치참여·정치적 영향력 부족

“적어도 503년 만에 아름다운 우리 조국의 운명을 이끄는 자리에 처음으로 우리 여성이 왔습니다. 제가 우리라고 말한 이유는 저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여성 모두가 함께 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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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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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일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스페인어로 대통령을 뜻하는 남성 명사 ‘프레시덴테’(Presidente) 대신 여성 명사 ‘프레시덴타’(Presidenta)를 외치며 여성 대통령 취임에 환호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진보 계열의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의 대선 후보로 출마해 지난 6월2일 당선됐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가부장적 ‘마초 문화권’인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11월5일 대선에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6년 단임제 임기의 셰인바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며 어떤 협력을 끌어낼지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 상상력이 가동되는 중이다. 우선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이민 문제에서 셰인바움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어떤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를 놓고 기대감이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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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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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6월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 뒤 당선을 축하하는 통화에서 이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무역, 인신매매, 불법 마약, 총기 밀매 문제 등에서 양국 간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과 여성의 역량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취임은 세계의 여성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다는 놀라운 사실 뒤에는 여전히 여성 정치 참여의 벽이 높다는 지적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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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193개국 중 여성 지도자는 13개국뿐

17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여성이 실권을 갖고 행정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국가는 13개국이고, 13개국 가운데 멕시코를 포함해 사상 최초로 여성이 정부 수반에 오른 국가는 9개국으로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차례 이상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는 193개국 중 약 31%에 해당하는 60개국으로 집계됐다. 현직 여성 대통령 또는 총리더라도 국가 정치 형태에 따라 남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실권을 가진 경우는 여성 지도자에서 제외됐다.

유엔여성기구, 워싱턴포스트(WP)는 임시 또는 대행으로 정부 수반으로 7일 이상 활동한 여성 지도자로 범위를 넓혀서 1960년 이래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87개국에서 174명의 여성이 국가 또는 정부를 이끌었다고 집계했다.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여성 지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유럽의 도시 국가 산마리노공화국이 20명을 배출했고, 페루가 8명, 스위스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몰도바에서 역대 4명의 여성 지도자가 나왔고, 인도와 영국,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등이 3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나라가 26개국, 1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는 멕시코를 포함해 45개국이었다. 1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에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출한 한국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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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남편이 암살당한 후 정치일선에 나서 선거유세중인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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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지도자는 스리랑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초의 여성 지도자는 남아시아의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나왔다. 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가 당선된 1979년보다 무려 19년 먼저 아시아에서 여성 지도자가 선출됐다.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는 1959년 남편이던 솔로몬 디아스 반다라나이케 총리가 암살되자 이듬해 5월 남편이 만든 정당 스리랑카자유당의 총재에 올랐고, 7월 선거에서 승리하며 세계 최초의 여성 지도자로 기록됐다. 반다라나이케는 이후에도 1970년부터 1977년까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나 총리를 지냈다.

두 번째 여성 지도자는 1966년 인도에서 나왔다. 인도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는 1966년 총리직에 오른 뒤 두 차례에 걸쳐 16년 동안 집권했다.

1969년에는 이스라엘에서 골다 메이어가 총리직에 올랐다. 메이어는 이스라엘 건국의 주역으로 원조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1974년에는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이 됐고, 1975년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엘리자베스 도미티엔 총리가 여성 지도자에 올랐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에는 호주, 코스타리카, 키르기스스탄, 슬로바키아, 트리니다드토바고까지 5개국에서 여성 지도자가 배출돼 단일연도에서 가장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온 해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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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이도스 미아 모틀리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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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자리에 오르는 여성들

현직 여성 지도자 중에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가 6년 넘게 집권하며 최장수 총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41세이던 2019년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올랐다.

마셜제도 힐다 하이네 대통령, 탄자니아의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 사모아의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총리,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등도 각국의 최초 여성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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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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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총리직에 오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 독재자로 악명을 날렸던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집권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자 대통령직을 승계,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고, 라트비아의 에비카 실리냐 역시 자국 첫 여성 총리로 기록됐다.

태국에서는 제23대 총리 탁신 친나왓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지난 8월 두 번째 여성 총리이자 37세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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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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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국가 중 한 곳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며 미국의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고, 이후 미국 첫 여성 부통령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은 8년 만에 미국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흑인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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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권력 여전히 부족

멕시코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의 정치 참여와 정치적 영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가 지난 8월 펴낸 ‘여성의 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내각에 여성이 50% 이상 포함된 국가는 15개국에 불과했다. 193개국 가운데 의회에 50% 이상의 여성이 있는 국가도 6개국에 그쳤다. CFR이 각 국가와 정부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했더니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얻은 국가는 27개국에 불과했고, 50점 이하인 국가가 166개국에 달했다.

정치적 평등 점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86점)였고, 멕시코(73점), 핀란드(71점), 노르웨이(71점) 등이 뒤를 이었다. 독일과 캐나다, 영국은 각각 52점과 47점, 44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30점, 북한은 21점, 일본은 20점으로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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