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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ETF까지 나왔는데 결국 제자리… 흔들리는 ‘2위 코인’ 이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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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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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올해 상승장에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들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이더리움은 미국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연초와 비슷한 가격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18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전날보다 0.8% 오른 357만8000원을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 1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당시 국내에서 이더리움은 350만원대에 거래가 됐다. 10개월 전과 비교해 거의 오르지 못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자산들은 크게 올랐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 6300만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현재 9260만원을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약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 세 번째 가상자산 현물 ETF의 기초자산으로 거론되는 솔라나 역시 14만원에서 21만원으로 50% 뛰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최근 ETF 시장의 자금 흐름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투자정보업체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의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들어온 자금은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은 7700만달러(약 1000억원)에 그쳤고, 11일과 15일에는 순유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금융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에 버금가는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더리움의 경우 거래와 결제는 물론 계약 관련 문서와 보안 메일, 전자투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데다, 3월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기능성도 개선돼 투자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난 7월 미국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한 점도 큰 호재로 꼽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더리움 가격은 ETF 승인 이후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7월 말 이더리움 가격은 500만원선에 근접했지만, 이후 약세장에서 비트코인 등에 비해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300만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등 호재가 잇따른 상황에서도 가격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이 ETF 출시를 통해 제도권 금융 시장에 진입했지만, 비트코인에 비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가격과 자금 수급에서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디지털 금(金)’으로 인식돼 왔고, ETF가 출시되자 가상자산에 관심이 있었던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이더리움의 경우 기존 가상자산 투자자 외에는 생소한 자산으로 인식돼 ETF가 나온 이후에도 이렇다 할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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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솔라나,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주화로 형상화한 이미지. /크립토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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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대장주’로써 확고한 위치를 가진 비트코인과 달리 대체재가 있다는 점도 이더리움이 올해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는 코인은 솔라나다. 두 코인은 같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인 레이어1 계열의 블록체인이다. 과거에는 레이어1 블록체인에서는 이더리움의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2017년 솔라나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이어져 왔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솔라나가 이더리움에 비해 더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레이어1 가상자산 가운데 수이가 주목받고 있다. 업비트에서 지난 8월 초 777원에 거래됐던 수이는 지난 15일 3000원을 돌파하며 2개월 만에 4배 수준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수이는 최근 이더리움, 솔라나보다 싼 가격에 탁월한 성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주식과 같은 고위험 투자 자산이라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더리움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미국에서 솔라나 현물 ETF까지 승인될 경우 이더리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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