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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연구소 간판달고 '리딩방'…혈세 먹튀 철퇴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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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받은 기업 연구소 가운데 상당수가 연구 실적이 없는 유령 연구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허위·부정 신고로 인해 사후 추징을 당한 기업은 1242곳, 추징세액은 23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구 활동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곳도 2892곳(올해 8월 기준)이나 된다. 세액공제는 보조금 지원에 준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명백한 혈세 빼먹기다.

R&D 세액공제는 기업들이 부설 연구소나 R&D 전담 부서 운영에 사용한 비용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4만3378곳이 총 4조6434억원의 공제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실제 연구는 하지 않으면서 세액공제만 챙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행태는 다른 회사의 연구 결과나 특허를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다.

영업 등 다른 업무 담당 직원을 연구 전담 인력으로 속이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연구소 간판을 내걸고 리딩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챙기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고소당한 업체도 있었다. 정부 지원을 받게 해주겠다며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R&D 브로커도 난립 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R&D 인력의 재직 여부 확인이나 연구 결과 검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부설 연구소 관리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맡고 있는데 직원 41명인 이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기업 연구소는 8만곳에 육박한다. 부정행위가 적발돼 연구소 설립이 취소되더라도 1년 후면 재설립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산기협은 매년 4000곳이 넘는 연구소를 직권취소하는데, 직권취소 후 재설립된 연구소는 2022년 621곳, 2023년 564곳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R&D 세액공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정 단계부터 관리까지 빈틈이 없어야 한다. 현장 실사와 사후 평가를 강화하고 심사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엄정한 처벌과 철저한 추징으로 유령 연구소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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