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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군은 ‘두문불출’ 신와르를 어떻게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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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2017년 7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 보안 조처 항의 집회에 참석해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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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이 발표되자, 이스라엘군이 1년 이상 가자지구 지하 통로를 이용해 자취를 감추고 두문불출했던 그를 어떻게 사살할 수 있었는지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 시작 직후부터 그를 제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대규모 지상전을 감행했고, 신와르는 이를 피해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감추고 전자통신 기기 사용까지 끊은 채 은둔해왔다. 여러 차례 사망설에도 휩싸였으나, 그때마다 메시지를 내며 건재함을 과시해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1년 넘게 신와르를 추적해왔으나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병력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부대가 일상적인 순찰을 하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무인기(드론)가 가세해 건물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주검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신와르는 그간 경호대와 이스라엘에서 붙잡은 인질들로 구성된 이른바 ‘인간방패’(human shield)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 숨어지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살 현장에선 이런 정황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와르와 함께 있던 이들은 그를 포함해 단 3명이었다. 이스라엘군의 추적 압박을 피해 극소수의 인원만 대동한 것으로 여겨진다. 뉴욕타임스는 한 이스라엘 관료 발언을 인용해 현장에서 돈과 무기 등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여러개의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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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엔 대표부 엑스(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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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말 신와르 제거를 목표로 삼고 교육 훈련부대인 ‘비슬라마흐 여단’을 라파흐에 추가로 투입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 설명을 보면, 이번 신와르 사살 현장에서도 828 비슬라마흐 여단이 역할을 했다. 이들에겐 하마스의 지하터널과 무기 등을 찾아 파괴하는 임무가 맡겨져 있었고, 라파흐의 ‘탈 알술탄’ 지역을 순찰하다 무장 세력 3명을 발견했다. 총격전을 벌여 이들을 제거했고 주검을 조사하던 중 한 구가 신와르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군 당국은 처음에는 주검에 ‘부비트랩’(함정을 놓기 위해 설치된 폭탄)이 있을 것으로 의심해, 주검은 두고 손가락 일부를 잘라내 신원 확인을 시작했다. 이후 주검은 수습돼 이스라엘군 쪽으로 옮겨졌다.



이스라엘군은 ‘표적 작전’을 통해 사살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주동안 그가 은둔하고 있을 대략적 위치를 팔레스타인 남부 라파흐로 한정하고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최근 몇주동안 남부에서의 작전으로 신와르의 이동이 제한돼 이스라엘군의 추격을 받아 제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신와르가 공격을 피해 도망치다 사망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신와르의 사망 직전 영상을 보면 그는 부서진 가구와 흙먼지로 뒤덮여 있는 건물에서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힘겨운 모습으로 앉아있다. 이스라엘군 드론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잠시 노려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처럼 보이는 물건을 드론 쪽으로 던지지만, 닿지 않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신와르)가 그곳에 있는지 몰랐지만 작전을 계속했다”며 “(신와르는) 혼자서 건물 중 한 곳으로 뛰어들었고” 위치를 파악한 드론에 의해 사살됐다고 확인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신와르가 구타당하고, 박해당하고 도주하다가 죽었다. 그는 지휘관으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만을 돌보다 죽었다. 이는 우리의 모든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부각했다.



이스라엘군 지도부는 신와르 사살 발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사살 가능성을 보고받은 뒤 “현재 단계에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가능성을 “조사중”이라고 언론에 먼저 발표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 사진에는 신와르와 매우 유사한 외모를 가진 이가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 군 소식통들이 각종 언론에 “(신와르의 죽음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고, 이후 17일 저녁께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치과 기록과 디엔에이(DNA) 확인 과정 등을 거쳐 “신와르가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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