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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고금리 탓에 침체? 금리인하 후 검증대에 오른 '尹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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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 우리는 금리인하 미스터리 1편과 2편에서 한국은행이 부동산의 이상 급등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물가지수를 근거로 금리를 내린 게 적합한지, 또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 3편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로 과연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짚어봤다. "고금리 탓에 경기침체했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의 길'에 접어들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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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수출이 증가하면 내수도 활력을 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출기업 위주의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부자감세로 혜택을 주면,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믿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국세를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비율인 국세감면율은 올해 16.3%로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대기업 재정지원 역시 중소기업의 세배 가까이 많은 12.7%에 달했고, 세금 감면 혜택의 33.2%는 연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집중됐다.

이런 믿음으로 정부는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할 때도 개입하지 않았다. 수출 대기업이 먼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면 거기서 기인한 풍요로움이 근로자들에게 흘러내릴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가계 흑자가 24개월(8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소비지표인 소매판매가 27개월(9개 분기) 연속 줄어들 때, 아울러 기업 설비투자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하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2%로 역성장할 때도 정부는 침묵했다.

정부는 경기침체기에 통화정책과 당연히 동반해야 할 재정정책을 뚜렷한 이유 없이 쓰지 않고 있다. 2000년 이후 24년간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해는 7년에 불과한데, 그중 2년이 윤석열 정부에 해당한다.

2009년 한차례만 추경을 편성했던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인프라 투자(미국 민주당식 경제부흥책)'를 정규 예산에 대거 편성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예산은 2008~2012년 22조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직 고금리가 경기침체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행이 9월 5일 발간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 보고서에서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자본집약적 수출 산업 구조를 내수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 것과도 다른 주장을 펼친 셈이다.

더스쿠프는 지난 8월 이후 '수출 연속 흑자인데 GDP 역성장 이유 : 낙수효과의 종언(8월 7일)' '내수 회복에 쓸 돈은 어디로 갔나(9월 2일)' '세수 수십조 부족 尹 정부 세금정책도 경기예측도 낙제점(9월 17일)' '임금 인상 vs 부자 감세 : 韓日 정반대 내수진작책 일본 압승 이유(10월 1일)' 등 여러 차례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긴 상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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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기침체는 기업의 실패로 시작해 임금근로자의 실직으로, 소비의 감소와 신용시장의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업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져 더 많은 기업이 실패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역대 우리나라 정부는 정치색과 상관없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재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윤 정부의 주장대로 경기침체를 불러온 단 하나의 원인이 고금리라면,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금 문제는 이미 반쯤 해결된 걸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를 먼저 찾아봐야 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산하 경기순환위원회가 고용, 산업생산, 소매판매, 실질소득을 토대로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을 근거로 수출, 투자, 실질임금, 국내총생산(GDP)을 통해 내수가 살아나는 경로를 분석했다.

■ 경로분석❶ 수출=먼저 수출부터 보자. 정부는 올해에만 수출 대기업들의 세금을 중소기업의 3배 가까이 더 깎아주거나 면제해줬다. 정부 주장처럼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번지려면, 수출의 증가세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가 꺾여선 안 되고, 대중對中 수출의 회복세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0월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한 이후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늘어났다. 9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5% 증가한 588억 달러였다. 지난해 실적이 최악이었던 반도체 수출은 9월에만 36.7% 증가했고, 자동차는 6.4% 늘었다.

대중 수출은 증가율로 보면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금액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윤 정부 출범 전보다 현저하게 낮다. 대중 수출은 9월 현재 117억 달러로 2022년 10월 122억 달러보다도 적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월 123억 달러, 2018년 10월 148억 달러와 큰 차이가 있다.

■ 경로분석❷기업 투자=그렇다면 기업의 투자는 늘었을까. 한 나라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면 기업의 투자 증가가 소비와 수출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확연하게 관측돼야 한다.

통계청 산업동향에 따르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감소세가 뚜렷했던 2분기와 달리 3분기 들어 회복되고 있다. 7월과 8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7%, 7.8% 증가했다. 국내기계수주는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6월에 18.1% 줄었지만, 7월에는 31.2% 증가했고, 8월에는 다시 2.9% 줄었다. 건설기성은 토목 공사 실적이 소폭 늘었지만 건축 공사 실적이 줄면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6월 -6.0%, 7월 -5.2%, 8월 –9.0%로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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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퍼질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적재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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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로분석❸실질임금 증가=경기침체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려면, 실질임금의 확연한 증가세가 나타나야 한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소비와 직결돼 있다. 우리나라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실질임금은 올해 상반기에도 0.4% 줄었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2.8%였는데, 명목임금이 2.4%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평균 가구 흑자액은 올해 2분기에도 100만90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간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1년 전보다도 1.7% 감소했다. 가구 흑자액은 가계소득에서 소비지출과 세금이나 이자와 같은 비소비지출을 모두 뺀 여윳돈을 뜻한다.

■ 경로분석❹소비 회복=결국 소비의 실종이 2분기 GDP 역성장을 불러왔다. 소비의 회복이 없으면, 경제는 성장하기 힘들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2023년에는 -0.8%(1분기)→-0.7%(2분기)→-2.7%(3분기)→-1.9%(4분기)였고, 올해도 -2.1%(1분기)→-2.9%(2분기)였다.

KDI는 홈페이지에서 "정부는 경기가 과열하거나 침체한 경우 정부지출이나 조세를 변화시켜서 총수요(소비+투자+정부지출+수출)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데, 이를 재정정책이라고 한다"고 정리했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가계에 무상으로 돈을 지원하는 이전지출을 늘리는 이유다.

■ 경로분석❺ GDP=경기침체 탈출 여부는 결국 GDP의 증가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2분기 GDP는 정부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서 전분기보다 0.2%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4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 되고, 내년 1~2분기에도 이런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성공적으로 경기침체에서 탈출했다고 볼 수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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