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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영화가 보여준 트럼프의 지독한 인성과 ‘돈줄’될 위기의 한국 [필동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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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젊은 시절 도널드 트럼프와 그에게 악의 정신을 심어준 ‘정신적 스승’ 로이 콘 변호사의 관계를 다룬다.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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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사회에서 본 영화 ‘어프렌티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 젊은 사업가 시절을 다룬다. 어프렌티스는 직역하면 ‘견습생’으로 트럼프의 사업 초년병 정도를 뜻할 것이다. 또 2004~2015년 방영돼 대중에게 트럼프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각인시킨 TV쇼 이름이 ‘어프렌티스’였다. 여기에서 트럼프는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다.

영화에서는 그가 건물 임차인들한테서 밀린 월세를 악착같이 받아내는 장면들이 나온다. 건물 안 닭장 같은 집들을 찾아다니며 밀린 임차료를 받는 중에 트럼프는 뜨거운 물 투척 봉변도 당하지만 ‘돈 쓸어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흑인을 임차인으로 받지 않아 인종차별 혐의로 거액 과징금도 부과 받지만 결국엔 강짜를 놓아 무마시킨다. 트럼프는 변호사이자 정치 브로커인 로이 콘을 만나 사업적 성공과 함께 권력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배워간다.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라 흥미롭다.

극우주의자로 권모술수가 특기인 로이 콘은 남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며 상대와 거래하는데 능하다. 그는 정부가 부자 주머니를 털어 빈자들을 위한 사회복지에 돈을 펑펑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가 트럼프에게 명심하라고 건넨 승리 비결 3계명이 인상적이다. 공격을 계속하고, 부인하며 잡아뗄 것과 패배를 결코 인정하지 말라는 것. 대통령까지 지낸 지금 트럼프의 정신 세계는 이 시절 완성된 것이다.

최근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책의 트럼프화(Trumpification)’라는 기사에서 11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던 간에 트럼프 스타일이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어젠다를 재정의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외교 정책은 ‘세계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요약되는데, 현 민주당 정부 역시 거세게 중국을 압박하는 등 놀랄 정도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방국들의 걱정과 부담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는 과거 집권 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로 쓰라고 압박하고, 미국 돈이 나가는 해외 전쟁과 외국 주둔은 최소화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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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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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지난 15일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며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요구했는데 이달 초 합의한 2026년 분담금(1조5192억원) 대비 9배 가량 많다. 다음 날에도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 더 이상 이용당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과거에 집들을 돌며 월세를 알차게 걷어가는 영화 장면과 오버랩되는 발언들이다.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그가 각국을 상대로 뭘 더 얼마나 빼먹으려 할지 걱정이 앞선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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