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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비공개 행사에도 취재 인파 인산인해.."죄송하다"며 소감 건넨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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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비공개 행사였다. 하지만 어림잡아 100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이 몰렸다. 수상자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었기 때문이다.

시상식 시작 예정 시간은 오후 5시. 다소 넉넉하게 행사 현장에 도착했지만 현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취재진으로 이미 인산인해였다.

취재진을 건물 1층 정문 로비를 장악하고 한강 작가가 지나기를 기다렸다. 행사 시작 5분여를 남기고 한강 작가가 뒷문으로 이미 시상식 장소인 1층 안쪽의 포니정홀로 들어갔다는 관계자 얘기가 전해졌다. 일부 취재진은 흩어졌고 나머지 일부는 그래도 30여m 떨어져 굳게 닫힌 포니정홀 문을 계속 응시했다.

5시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 현장을 볼 수는 없었지만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 현장 소리가 로비에 있는 취재진에게 전해졌다. 국민의례, 귀빈 소개, 한강 작가 소개 영상 등이 있은 뒤 드디어 수상자로 한강이 호명됐다. 취재진 일부에서 한강에게 닿지 않을 박수 소리가 나왔다.
아시아경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 수상자로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시상식에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재단 이사장인 정몽규 HDC 회장,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부인 박영자 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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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재단측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시상식은 비공개 행사로 진행되며 한강 작가의 노벨상 관련 소감 발표와 질의응답 등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국 문학계 사상 최대 쾌거를 이룬 한강 작가의 첫 공개행사를 기자들이 외면할 수 없었고 한강 작가는 결국 혁신상 수상 소감에 앞서 노벨상 수상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취재진에 전했다. 그는 먼저 죄송하다고 했다.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한강 작가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라며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라며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한강 작가는 내년 상반기에 지금 쓰고 있는 새 소설을 마쳐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계속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상식은 5시37분에 끝났다. 포니정홀문이 열리고 시상식 참가자들이 쏟아졌지만 한강 작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은 기쁨 반, 아쉬움 반의 심정으로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기사를 마무리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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