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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중증장애 아동 손 때리고 잡아끈 활동지원사…대법 "아동학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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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벌금 300만원…"학대행위 해당"

2심서 무죄 뒤집혀…"단호한 지도 방법 택한 것…단편적으로 보면 안 돼"

지적장애아의 손을 때리고 다리를 잡아끈 행위를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를 훈육하는 경우 특수성이 있어 단편적인 상황만을 놓고 판단할 수 없으며, 행위를 하게 된 의도를 살펴 봐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일보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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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3∼4월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진 11세 아동을 부축해 걸어가던 중 팔을 놓아 넘어지게 하고, 복도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자 오른손 부위를 3회 내리쳐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대구 소재 장애인 지원단체에서 활동지원사로 근무하던 A씨는 당시 11세였던 중증의 지적·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은 피해아동을 돌보는 업무를 담당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훈육이나 행동 교정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신체적 학대행위 및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 폭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2심은 A씨의 행위들이 피해아동이 센터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학대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피해아동은 센터에서 상당 기간 언어치료를 받았는데, 사건 발생 무렵부터 유난히 센터가는 것을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은 2017년 7월부터 사건이 있었던 2022년 4월까지 약 5년 동안 피해아동을 돌봤지만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2심 재판부는 "발달장애증세를 앓고 있는 아동을 훈육하는 경우, 돌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개별 상황마다 어떤 훈육 방식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정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대행위 여부는 그 날 있었던 행위만을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련의 교육 또는 훈육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지, 그 행위를 하게 된 의도가 어떠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가 아동의 손을 때린 것은 "피해 아동의 공격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가르치기 위해 단호한 지도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비슷한 취지로 아동을 넘어뜨린 행동에 고의가 없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싫어하는 아동을 억지로 잡아끈 것도 치료 센터에 데려가기 위한 행동이라 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고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jolichio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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