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인용해 “지상군과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총 1만 명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장교들은 이미 (러시아에 의해)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가 병력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 내 동원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다른 국가를 동참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매체 브즈글랴드는 콘스탄틴 돌고프 전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분쟁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신화’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고 장교들의 현대전 준비 상태를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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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크라서 드론전 익혀 한국에 적용할수도”
특히 한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북한이 전쟁 경험을 쌓는 것은 한반도에서 군사 대비태세 강화를 의미한다고도 강조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실전 경험의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전쟁(1950~53) 이후 70년 동안 대규모 전투에 투입된 적이 없는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을 통해 무인기(드론) 활용과 같은 현대전 경험을 얻고, 이 ‘노하우’를 한국에 써먹으려 할 것이란 지적이다.
외신들은 실제로 북한군이 투입되더라도 전황에 미치는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BBC는 군사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군대는 자국 수감자를 전선에 투입해 활용하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북한군은 러시아어도 할 줄 모르고, 실전 전투 경험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은 한국전 이후 해외에서 대규모 전장에 전면적으로 투입된 적이 없다. 대신 우방국을 위한 무기 지원과 군사 원조에 주력했다. 참전을 위해 병력을 직접 파견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베트남전쟁(1960~75)과 욤키푸르전쟁(1973년) 당시 각각 북베트남과 이집트를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했고, 시리아 내전(2011~) 당시 정부군을 돕기 위해 2개 전투부대를 보냈을 뿐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한다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치르는 주요 전투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군 장교들에게 드론 등을 활용한 현대전의 샘플을 얻을 기회”라고 전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상 러시아 지원보다는 북한군의 전투력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산 무기 품질 개선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KN-23을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전장 활용 결과를 통해 북한산 미사일의 고도화 및 성능 개선이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BC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판명되면 그간 서방 동맹국 사이에 금기로 여겨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병력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재논의될 수 있다고 봤다. 나토는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 충돌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파병에 부정적이었다. BBC는 “수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를 위해 싸운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에 외국군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푸틴이 반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북한군 파병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심히 우려스럽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현재 전선에선 러시아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주 크라스니야르와 루한스크주 네우스케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특히 크라스니야르는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거점인 포크로우스크에서 남동쪽으로 10㎞ 거리다. 네우스케는 루한스크주와 하르키우주의 경계에 있는 마을로, 크라스니리만과 슬라뱐스크 공세를 위한 교두보라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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