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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사설] 11% 지지로 당선 서울교육감, 짧은 임기에도 숙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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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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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단일후보인 정근식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당선됐다. 서울에서 4연속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것인데, 1년 8개월의 짧은 임기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의 조화, 지역·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워줄 과업 등 현장에 쌓인 숙제가 많다.

정 교육감은 어제 취임사에서 “단순히 학력을 높이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은 아닐 것”이라며 “학생들이 미래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도록 하고, 교육으로 인한 차별,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챙겨 보겠다”고 밝혔다. 또 “학교에서 폭력, 교권침해, 갈등이 사라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양극화 극복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인프라,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교사의 처우개선, 중독 예방교육 등의 도입·강화를 약속했다.

정부·여권의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지만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 “교육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했고,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의결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수정·보완해 제정할 계획이라 갈등도 예상된다. 친일 역사 교과서 등을 비판하며 ‘사실에 기반한 역사 교육’ 강화도 예고한 바 있다.

우리 교육 현장은 서이초 사건 등을 비롯해 교권 붕괴로 인한 큰 아픔을 겪었다. 또 10대 자살률이 지난해 역대 최대에 이를 정도로 무한 경쟁 속에 아이들은 고통받고 있다. 지자체장 선거 결과와 달리, 초·중등 교육에서 영향력이 큰 서울교육감 자리에 진보진영 선택이 많은 건 경쟁 강화보다 아픔을 돌보길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정 교육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히 청취하고 보여주기 식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신뢰를 얻길 바란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3.5%에 불과했고, 정 교육감은 50.24% 득표율로 당선했다. 서울 유권자 11%의 지지만 받은 것이라 ‘대표성’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정당 추천이 없어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 여러 제도적 개선책을 검토해보는 것도 이번 선거가 남긴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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