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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 김광호 전 서울청장도 1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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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주의 의무 위반 증명 안 돼”

전 112상황팀장 등 2명도 무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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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장 무너진 이태원 참사 유족들 “무능한 사법부 증명한 것”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사진) 등 경찰 관계자들이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참사 발생 2년여 만에 주요 기관장들의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금고 3년형을 받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을 제외한 대다수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유족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에게 금고 3년, 정 전 팀장에게 금고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참사 사전 대응이나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장으로서, 112상황팀장으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류 전 과장에 관해서는 “업무상과실이 있지만 인명피해 발생·확대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사와 관련한 주의 의무는 1차적으로 용산서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관할 내 자치사무는 용산서 소관이고, 서울 전체를 관할하는 서울청장으로서는 용산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용산서가 마련한 치안대책을 보고받고 지시를 더 내리지 않은 것으로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 해석은 유죄가 인정된 이 전 서장 때와 달랐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 서울청 관계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용산서가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고 대책을 수립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의 의무는 추상적인 의무로서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형법상으로 사전 예견 가능성 등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상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도의적·정치적 책임 등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 안 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넘어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들을 포함한 관련 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의적·정치적·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과 생존 치료자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참사 2년 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주요 기관장들의 1심 선고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 전 서장 등 용산서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기관장은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 당시 주요 책임자였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소를 면했다.

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TF 변호사는 “재판부는 서울청을 용산서가 1차적으로 파악한 위험을 보고하면 조치하는 기관으로 소극적으로 본 것 같다”며 “경찰 차원의 책임을 더 포괄적으로 인정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김 전 청장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큰 소리로 항의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법정에서 “경찰이 왜 있는 거냐”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이들은 법원을 빠져나가는 김 전 청장의 차를 막아섰다가 경찰의 제지를 당했다. 고 진세은씨의 유족 진창희씨는 “오늘의 판단은 사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얼마나 무능한지를 증명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쓰러져 죽어가는 화면, 부모들이 법원 앞에서 몸부림치는 장면만 보지 마시고 사법의 무능함과 참담함을 국민께서 함께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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