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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야스쿠니신사 공물 '사비' 강조 이유 왜? 위헌 논란 속 '꼼수' 봉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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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참배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공물 봉납에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일본 역대 총리들의 공물 봉납과 관련한 역사를 되짚어 봅니다.

오늘(17일)부터 열리는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라고 쓰인 마사카키 나무가 놓여 있습니다.

직전 총리였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처럼 직접 참배는 하지 않는 대신 공물을 봉납한 겁니다.

일본에선 역대 총리 중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하는 경우 항상 '사비'로 봉납했다고 강조하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시대부터 일본강점기까지 내전이나 외국과의 전쟁 등으로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을 합사해 모시는 일종의 사당 역할을 합니다.

야스쿠니신사는 우리나라의 현충원이나 미국의 엘링턴 묘역과는 달리 국가 시설이 아닌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인데요.

일본 헌법 20조와 89조에선 국가나 그 기관의 종교적 활동과 종교 단체에 대한 공금 지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자민당은 야스쿠니 신사를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곳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이 헌법 때문에 좌절됐습니다.

그러자 공물료를 낼 때도 '사비'로 낸다거나, 공무원들을 동원하거나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은근슬쩍 헌법 위배 논란을 피해가곤 하는 건데요.

패전 40주년이었던 1985년 나카소네 총리는 총리 자격으로 공식 참배하고선 종교활동이 아니라며 맞서기도 했습니다.

사당에 참배한 것은 민속이나 관습에 해당한다는 거죠.

이에 일부 시민들이 나랏돈을 헌법에 위배되는 일에 썼다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오사카와 센다이 등 지역 법원들에서 헌법 위배인지를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상 책임은 없다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거나 헌법 위반이라고 명시하는 판결들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이후 대놓고 총리 자격으로, 공식적인 참배나 공물 납부는 하지 못하는 건데 이 또한 '내각총리대신'이라고 명의를 내고 있으니 우리나라 등 주변국 입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역대 총리들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거나 공물을 바친 것은 아닙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1993~1994년)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1994~1996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2009~2010년) 등은 참배는 물론 공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의원 시절에는 한 번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낸 적이 없었지만, 총리가 되고 중의원 총선을 앞둔 상황이다 보니 아직은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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