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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헌재 결국 6인 체제…떠나는 이종석 소장 "위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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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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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사진)과 김기영·이영진 헌법재판관이 17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여야가 국회 선출 몫인 후임 재판관 인선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면서 헌재는 결국 '6명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이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의 현재 상황이 위기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과 같은 유형의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사법부에 많이 제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 소장은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재판 연구 인력 확충 및 적절한 배치, 연구 업무의 효율성 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확보와 인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임기 동안 헌재의 오랜 문제로 지적된 재판 지연 해소에 특별히 힘을 쏟았다. 사건의 사전 심사를 담당할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재판관별로 소속된 전속부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헌법연구관 정원을 늘리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소장 취임 전 1544건이던 누적 미제 사건은 올해 7월 말 1271건으로 약 18% 감소했고, 법정 처리 기한인 180일을 넘긴 미제 사건도 약 30% 줄었다. 이 재판관도 퇴임사를 통해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무분별하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남소자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 사건은 법원 등으로 관할을 이전해야 한다"고 짚었다.

세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고 이날 함께 퇴임했지만 후임 재판관 인선이 지체되면서 헌재는 당분간 6명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여야가 관행대로 후보자를 1명씩 추천하더라도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어느 쪽이 추천권을 행사할지에 대한 충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정족수 7명' 조항의 효력이 정지돼 6명 체제에서도 사건 심리는 가능하지만, 재판관 공백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헌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가 1명씩이라도 추천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은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하는 것이 국회의 관례"라면서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추천권마저 힘으로 밀어붙여 자신들이 2명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2대 국회가 정쟁 때문에 헌정 중단을 초래했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길 순 없다"며 "정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여야가 1명씩 우선 추천하는 절차라도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강민우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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