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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단독] ‘180억 매출’ 용산 전자업체 파산···티메프 사태 여파 줄도산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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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7일 찾은 컴퓨터 판매 업체 A사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A사는 지난달 파산신청을 하며 파산수순에 들어갔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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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에서 컴퓨터 부품 등을 판매해온 용산전자상가의 한 전자업체가 결국 최종 파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매년 성장해왔지만 ‘티메프 사태’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 용산전자랜드에 위치한 컴퓨터 판매 업체 A사는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뒤 지난 11일 파산선고결정을 받았다.

조립 컴퓨터 판매 업체로 유명한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와 티몬 등을 통해 중앙처리장치(CPU) 등 컴퓨터 부품과 자체 조립 제품을 판매해왔다. 지난해 매출액 약 187억원, 당기순이익 약 23억원을 기록한 이 업체는 2018년 창립 이후 5년간 매년 영업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근 매장의 한 직원은 “이 정도 매출은 (용산전자상가 중에서도) 상당한 편”이라고 말헀다.

그러나 A사는 지난 7월30일 ‘최근 발생한 티메프 사태로 인해 모든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올린 뒤 영업을 사실상 중단해왔다. 홈페이지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결제 등 일반 업무는 막힌 상태다.

17일 경향신문이 찾은 업체의 문도 굳게 닫힌 채 채무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인근 업체 직원은 “8월 중순부터 문이 계속 닫혀 있는 상태”라며 “티몬 미정산으로 파산했다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A사 소송대리인 측은 “티메프에서 자금을 받지 못한 것이 파산의 사유”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영업 중단 당시 티몬 매출 비중이 높았던 A사가 이미 파산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다수의 업체들은 오프라인보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주력 판매처로 이용해왔다. 이날 용산전자상가에서도 카페와 음식점만 북적일 뿐, 컴퓨터와 카메라 등 판매 업장에는 손님이 드물어 적막한 분위기만 흘렀다.

다만 모든 업체가 폐업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다나와’ 등 다른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티몬 매출 비중이 적은 곳은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는 전언도 있다. 컴퓨터 업체 대표 B씨는 “규모가 작은 소매업체들은 티몬에 올리지 않아 타격이 크지 않았고, 규모가 큰 총판들에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티몬 매출 비중이 크더라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큰 업체는 다른 활로를 찾아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한 컴퓨터 판매업체 C사는 여전히 티몬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C사 관계자는 “티몬이 주력 판매처로 (티메프 사태로) 어려워졌지만 손을 놓고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며 “급하게 쿠팡이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다른 창구를 찾아 열심히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A사처럼 일찌감치 폐업이나 파산 수순을 밟았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카메라 업체 직원 D씨는 “티메프에 물린 금액이 10억원은 우습고 100억원 넘게 물린 곳도 상당하다”며 “(타격이 큰 곳은) 이미 7월 말에 폐업을 하거나 영업을 멈췄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8월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570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마련했지만 이미 A사처럼 그 전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대출 지원보다도 미정산 대금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D씨는 “대출은 어차피 돈을 빌리는 것인 만큼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대출 지원은 받았지만 티몬이 미정산금 부분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 영업을 재개한다면 정산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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