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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노트북을 열며] 대학이 ‘간절함 장사’ 오명을 벗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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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선미 사회부 기자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인생 어느 때보다 간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수험생 중 일부는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 시행된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 전형에서 문제 유출 논란을 겪은 학생들이다.

논란은 한 자연계열 논술 고사장에서 문제지를 1시간 일찍 배부했다가 회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온라인엔 문제 내용과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자연계열 시험지와 인문계열 답안지를 찍은 사진도 잇따라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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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시행된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의 유출 논란 파장이 계속 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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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 해명은 파장을 키웠다. ‘사전 유출’만 아니면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입장에 수험생들의 공분은 더 커졌다. 연세대는 시험 다음 날 “시험지가 뒤집힌 상태로 배부됐고, 회수한 다음에야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직접 유출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시험지를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자 “시험 종료 이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되진 않았다”고 했다. 시험 3일 뒤에서야 “사진을 배포한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수험생들은 휴대전화 검사와 신분증 대조 같은 기본적인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연세대 주장처럼 이번 논란이 합격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수험생의 불신과 분노는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구멍 뚫린 시스템은 연세대만의 문제, 혹은 올해 수시전형 과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한성대·단국대 등 다른 학교에서도 문제가 속속 드러났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들이 많게는 1년에 수십억원의 전형료를 모으는 동안, 문제를 늦게 전달해 시험 시간을 연장하거나 출제 오류로 전원 정답을 인정하는 등의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대학이 수험생의 간절함을 이용해 장사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전형료 중 일부는 공정하고 엄격한 시험 관리에 사용돼야 할 텐데, 과연 그랬을지 의문인 상황이 계속됐다. 학생들의 간절함에 비하면 지나치게 안일한 대학들의 태도는 합격권을 틀어쥔 갑으로까지 느껴진다.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입시전형료 수입 상위 20개 대학의 전형료 수입은 총 681억7000여 만원에 달한다.

대학은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의 산실이다. 대학에서 양성된 인재가 시대를 이끌고, 이는 다시 대학을 지탱하는 힘으로 돌아온다. 그 일원을 뽑는 과정의 공정성에서 흠이 생긴다면 이런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올해 논란에서 비껴간 대학들 역시 시험 관리에 다시 한번 고삐를 조일 때다.

김선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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