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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고체의 비밀 풀어낼 '전자 결정 조각'…연세대 연구진 최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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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교수 "고온초전도체 이해 실마리 되길 기대"

뉴스1

고체 물질 속 전자결정 조각들을 형상화한 그림. 투명한 파란공은 결정을 이룬 전자를 나타내고 불투명한 검은공은 결정을 이루지 않은 채 남아있는 전자를 나타낸다. 흰색선으로 연결된 투명한 파란공들은 육각형 모양으로 오직 짧은 거리의 배열만 갖는 전자결정 조각을 이루고 있다.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제공) 2024.10.16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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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고온초전도체 같은 신물질의 비밀을 풀어낼 '전자 결정 조각'을 연세대 연구팀이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김근수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액체의 특징과 고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전자는 평소에는 고체 속에서 기체처럼 자유롭게 있다가 전압을 걸어주면 흐르기 시작해 전류가 발생하게 된다.

결정은 구성 입자들이 공간적으로 반복된 패턴으로 배열되는 것을 말한다.

전자 결정은 1934년 이론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가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전자는 음(-)의 전하를 가지기에 서로 밀어내 결정을 이루기 어렵다. 그런데 전자의 운동에너지 패턴과 반발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는 등 특정 조건에서는 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될 수 있다.

전자 결정은 1934년 예측 후 2021년에 이르러서야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연구팀은 더 나아가 전자 결정이 일종의 조각난 형태로 먼저 생겨나는 점을 발견했다.

완벽한 전자 결정을 고체라고 비유하면 이번에 발견된 것은 전자가 액정(액체 결정)처럼 전자 결정 조각이 조금씩 뿌려져 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흑린의 표면에 알칼리 금속을 도핑한 시료를 방사광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으로 측정해 이번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

김근수 교수는 "(자유로운 전자들이) 한 번에 전자 결정으로 전이(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물이 얼음이 될 때처럼) 조각들이 먼저 형성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발견했다"며 "마치 액체 전자의 바다 위에 저런 전자결정들이 떠다니는 것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물질의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고체 속 전자는 물질의 많은 전기적,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고체 속 전자의 움직임과 각종 현상 이해하는 기초 연구는 당장 활용되기 어렵더라도 소재나 소자 연구의 돌파구를 열어 주기도 한다.

김근수 교수는 "고온초전도 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자와 초전도체에서 전자쌍을 묶어 주는 힘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는 전자쌍을 묶어주는 힘을 이해하는 데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불규칙성을 측정하고 증명하는 어려움을 돌파해야 했다.

전자 결정 조각이 불규칙하게 고체 내부에 뿌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측정으로 증명하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불규칙한 상황에서 나오는 '불규칙한 데이터'와 실수나 시료의 결함 등으로 발생하는 '노이즈, 오차'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논문 심사자 등을 설득하려면 고품질의 측정 대상이 필요한 초고난도 실험이었다"며 "제1 저자 박수빈 학생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 '글로벌 리더연구'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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