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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배민 주문! 콜이 싫어요” 자영업자들, 배달수수료 협상 난항에 한숨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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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분식점 업주들 만나보니...“많이 팔아도 남지 않아, 폐업 매장만 늘어”

이투데이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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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 주문!”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치킨 전문점 사장 김민성(가명, 46) 씨는 배달 콜 소리에 흠칫 놀라다가 금세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울트라콜처럼 정액제였을 때는 많이 팔면 그만큼 남으니까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예전만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온종일 땀 뻘뻘 흘리며 일해도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고 한탄했다. 울트라콜은 주문량과 관계없이 자영업자가 월 8만8000원(깃발 1개당)을 내면,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아 가게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한 배민의 정액제 광고 모델이다.

오히려 김 씨는 전화 주문 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배달비, 배달 수수료 문제가 매년 뉴스에 다뤄지는 것 같은데 나아진 건 없는 느낌”이라며 “매출 많아도 남는 게 없어 폐업하는 사장님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다.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임미화(가명, 50) 씨도 점심 장사를 마무리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임 씨는 “배민 수수료가 오른 이후 고민하다가 ‘가게배달’만 이용하고 있는데 콜이 확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했다. 가게배달은 자영업자(사장)가 고객부담 배달팁을 직접 설정하며 가게에서 자체배달하는 배달 시스템이다.

임 씨는 “이윤을 남기려면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 특히 김밥은 식재료 가격이 많이 비싸져, 이제는 배달 장사하기도 싫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달 장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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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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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자영업자가 하루가 멀다고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가 합의안 도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4일까지 총 7차 회의에 이르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7차 회의에선 입점업체 측이 6차 회의에서 주장했던 주요 요구사항 4가지에 대한 집중 논의를 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 △최혜 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이다.

배달플랫폼 측은 지난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입점업체 측의 요구사항을 재검토한 후 각사별로 보완된 입장을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못했다. 공익위원은 양측에 차기 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이에 가맹본사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 관계자는 “지금 배달앱 수수료 체계는 많이 팔아봤자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자사앱 활성화를 위해 치킨 할인 및 증정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일단 상생협의체를 통해 꾸준히 의견을 낼 계획이다. 박성용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팀장은 “배민 측에서 제안한 수수료 차등제는 혜택받는 곳이 적어 실질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가 없다”며 “그보다는 수수료 상한제 등 제도적인 보완이 꼭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투데이/연희진 기자 (toy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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