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北 '쇼' 끝난뒤 준비된 것 없나 … 풍선 대신 말폭탄만 날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무장지대(DMZ)를 관광하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중단됐던 경기·강원지역 안보 관광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신속하게 재개됐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하는 '내부용 이벤트'를 감행했으나 추가 도발을 자제하면서 관망세로 돌아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일 험악한 담화문을 내면서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지만 오물 풍선 살포도 중단된 상태다. 대신 '말폭탄'은 이어지고 있다. 16일 북한 관영매체들은 무인기 사태를 일으킨 한국에 복수하겠다며 입대·재입대하겠다는 청년들이 140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대남 적개심을 연일 끌어올렸다.

이날 노동신문은 1면에 "신성한 우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을 침범한 한국 쓰레기들을 징벌하려는 멸적의 의지가 온 나라에 차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들이 분별없이 날뛰는 미치광이(한국을 지칭)들에게 진짜 전쟁 맛, 불벼락 맛을 보여줄 결의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한국이 지난 3일·9일·10일에 무인기를 보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후 육로를 연결했던 경의선·동해선을 지난 15일 폭파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대응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무인기를 날린 주체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남쪽에 떠넘기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며 "아예 자작극을 벌여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평양 하늘을 휘저으며 삐라(대북전단)를 뿌린 무인기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상태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으로서는 무인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탐지·정찰 능력과 대공 방어망이 허점을 드러낸 데다 똑같이 무인기로 한국 영공을 침범하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무인기 사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16일 미국·일본과 더불어 대북 제재 고삐를 더욱 조이는 모양새다. 또 도라전망대와 고성통일전망대 등 접경지 안보 관광을 이날부터 재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외무성 중대성명을 발표해 무인기 정국을 촉발시켰던 지난 11일 이후 대남 쓰레기 풍선을 날리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또다시 무인기가 평양 하늘에 날아와 김정은 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기존 한·미·일 3각 공조체계에 우방국을 더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감시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미·일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이날 출범시킨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은 북한과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거나 회피하는지 감시하는 메커니즘이다.

MSMT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하고 한계도 보완할 전망이다. MSMT가 내는 보고서는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이지만 기존에 매년 두 차례만 보고서를 발행할 수 있었던 데 비해 MSMT는 정례 보고서 외에도 특정 이슈에 수시로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SMT는 유엔 안보리 역학관계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안보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 태도가 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MSMT에서 배제된 만큼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한·미·일 외교차관들은 이날 14차 외교차관협의회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MSMT의 실효성을 기대했다.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MSMT를 통해 입장이 우리와 같은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 밀착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등 물질적인 지원이 실제 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파병 보도들을 미국은 평가하고 있고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