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검찰청이 법제처에 제출하지 않은 비공개 내부규정 목록. ‘사건배당지침’이 포함돼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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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찰 윗선 재량에 따른 사건배당을 가능케 하는 규정을 계속 유지·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규정은 검찰 지휘부에 지나친 재량권을 줘 불투명한 사건배당 관행과 내부의 상명하복 문화 등 고질적 문제를 낳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16일 경향신문 취재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제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사건배당 지침’을 비공개 내부 규정으로 분류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지침은 각급 검찰청의 장이 개별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기준 및 절차를 담고 있다. 무작위 전자 배당을 통해 각 부에 사건을 배분하는 법원과 달리 검찰은 이 지침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고 있다.
이 지침은 각급 검찰청의 장이 구속사건, 전담검사·전문검사의 수사가 필요한 사건, 검찰청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 등을 특정 검사에게 직접 배당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그 밖에 검찰청의 장 등이 직접 검사에게 배당할 필요가 있는 사건’도 직접 배당이 가능하다고 규정해 사실상 모든 사건을 지휘부가 자의적으로 배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이 지침에는 “재배당이 필요한 경우 재배당한다”는 조항도 있다. 특정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검사가 지휘부의 뜻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이를 재배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00년 3월 제정된 이 지침은 지금까지 네 차례 개정됐다.
검찰의 불투명한 사건배당 기준은 전관예우와 상명하복 문화 등 검찰 조직 문제의 한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불투명한 사건배당 방식을 지적하며 사건배당기준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검찰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사건배당 절차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사건배당·재배당 기준과 우선순위를 의결하기 위해 대검에 사건배당기준위를 두고 재적위원 과반 찬성으로 기준을 의결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준위 위원 13명 중 절반 이상은 평검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의결사항은 공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박지원 의원은 “공정한 수사는 공정한 사건배당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검찰이 사건배당 업무를 자체 예규에 의존하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단독]내규 비공개하고 법제처에도 제출 안 한 행정기관 1위는 ‘대검’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10140935001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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