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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북한, 휴전선 불과 10m 앞에서 '펑'…혈세 1800억 '공중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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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도로 폭파 비산물 남측에 다량 떨어져
군, K6중기관총과 K4유탄기관총으로 대응사격

머니투데이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은 15일 정오쯤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차단 목적(추정)의 폭파 행위를 자행했다"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 사진=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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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협력을 상징하는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가운데 폭파 장소가 군사분계선(MDL·휴전선)과 불과 10m 떨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의 도로 폭파로 비산물이 우리 지역까지 날아오면서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점심 12시쯤 MDL과 불과 10m 떨어진 경의선과 동해선 인근 도로 구덩이마다 TNT(트리나이트로톨루엔) 폭약 수십㎏을 투입해 폭파 작업을 자행했다. 경의선 도로에는 길이 70m, 동해선 도로에는 이보다 짧은 길이로 TNT 폭약을 설치했다고 한다. 2개 도로 모두 폭은 20m 정도였다.

이번 폭파 작업으로 쪼개진 아스팔트 도로 비산물이 우리 지역에 다량 떨어지기도 했다. 군은 MDL 이남까지 영향을 미친 폭파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자위권 차원에서 북쪽을 향해 수십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사격은 경고 차원에서 MDL 이남 100m 정도 떨어진 우리 지역 땅을 겨냥했다. 표적은 도비탄 우려, 사격 소음 거리 등을 감안해 설정됐다고 한다. 이번 사격 땐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기관총이 동원됐다. K6는 기관총으로 연발 사격이 가능하고 K4는 수류탄과 같은 유탄이 나간다.

북한이 이날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면서 남북 연결도로는 화살머리 고지,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등 2곳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까진 나머지 2곳에서 북한군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준비 작업 동향 등은 없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이북 지역 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모습. / 영상=합동참모본부

북한의 이번 도로 폭파는 지난해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정의하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선 헌법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경선 인근 요새화 작업이나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오늘부터 대한민국과 련결(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구조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10월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은 연일 대남 비난 담화를 내면서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무인기 침투 주장을 빌미로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혈세 1800억원' 들인 남북 연결도로 폭파한 북한…4년 전과 판박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휴전선) 이북 지역 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모습. / 영상=합동참모본부

북한이 이날 폭파한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우리 정부가 자재와 장비 등을 먼저 구입해 북한에 빌려주는 형태로 건설됐다. 정부 지원 규모는 약 1800억원으로 이번 폭파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날아간 셈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남북관계가 얼어붙었을 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금강산 관광 시설 등 남북 협력을 상징하는 시설물을 폭파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경의선은 1906년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도로 개통했다. 길이는 약 500㎞에 달한다. 동해선은 1937년 양양부터 원산까지 갈 수 있는 180㎞ 길이 철도로 금강산까지 갈 수 있다. 북한군이 이번에 폭파한 곳은 남북이 연결된 경의선 도로, 동해선 철도와 인근 도로가 포함됐다.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건설 자재와 장비 등 현물이 지원됐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약 1억3290만 달러(약 1800억원)가 투입됐다. 차관 형태로 현물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지금껏 우리 측에 돈을 직접 갚은 전례가 없다.

북한이 이번처럼 대북 전단을 빌미로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보여주기식 폭파'에 나선 전례는 또 있다. 북한은 2020년 6월 국내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다는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당시에도 김여정이 연일 대남 비난 담화를 쏟아낸 바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로 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면서 그해 9월 개성공단에 설치된 바 있다. 이 사무소에는 공사비 약 180억원, 운영비 약 100억원 등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지만 북한에 의해 파괴됐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에 약 4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통일부 등 우리 정부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우리 정부의 차관으로 이뤄져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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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전 11시 59분쯤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서 폭파를 단행했다. 이어 낮 12시 1분쯤 동해선에서도 같은 작업을 했다. / 그래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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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북한은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금강산 관광 지역 내 우리 측 자산을 무단으로 철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했다. 현재는 금강산 관광 지역 내 우리 측 자산은 이산가족 면회소만 남은 상태다.

이번 북한의 도로 폭파 등의 작업은 남북 긴장 원인을 한국에 돌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민들에게 설득하려는 의도 등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한국을 적대화하는 목적으로 '평양 상공에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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