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처음으로 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신안군 버스의 모습. 신안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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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 106번 버스 노선 폐지는 ‘버스 공영제’ 도입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절박한 바람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가운데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버스 공영제 도입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농어촌버스 운영 중단 위기에 처했던 강원도 양구군이 내년 1월부터 ‘요금 전면 무료’를 내세운 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양구군은 지난 8일 지역의 농어촌버스 운수회사와 유무형 자산 양수·양도 계약도 체결하고 운수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토지와 건축물, 버스 등 유형 자산과 노선, 영업권 등 무형 자산까지 모두 인수했다. 승무원과 정비원 등 직원 17명의 고용도 승계했다.
현재 양구에서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려면 1700원을 내야 한다. 양구군은 완전 공영제를 시행하면 차고지 등을 인수하기 위한 25억원 정도의 초기 비용과 연간 20억원 안팎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구군이 초기 비용 등에도 불구하고 공영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지역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는 기필코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양구군은 그동안 농어촌버스 운영을 위해 민간업체에 연간 12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업체 쪽이 운영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운영 중단 위기까지 내몰렸다.
양구군은 오는 12월까지 운수회사 인수 작업과 노선 개편 연구용역 등을 마무리 짓고 내년 1월부터 농어촌버스 공영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구진회 양구군청 교통행정팀장은 “공영제가 시행되면 대중교통의 공공성이 향상되면서 교통 환경과 서비스가 개선돼 이용객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공영제의 원조’는 전남 신안군이다. 섬으로만 이뤄진 신안군은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버스 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 요금은 지금껏 1천원인데 65살 이상과 학생 등 80%가 공짜일 정도로 공공성이 강하다.
버스 공영제 도입에 따른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신안군이 지난 7월 발표한 ‘버스 공영제 사업 경제성 분석 검토 용역’ 자료를 보면, 연간 160억원씩 현재까지 모두 2333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민영제·준공영제와 재정지원 현황(2023년 기준)을 비교한 결과를 봐도 신안군은 버스 1대당 7200만원에 불과했지만 민영제인 목포시는 8600만원, 준공영제인 광주시는 1억3700만원, 제주도 1억5700만원 등으로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버스 공영제 사업의 효율성도 입증됐다.
신안군의 파급 효과는 멀리 강원도까지 전해졌다. 정선군은 2020년 6월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버스 공영제를 도입했다. 신안군과 마찬가지로 65살 이상과 학생 등은 무료이고 나머지도 1천원만 내면 되도록 설계됐다.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무료 버스’로 공익성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눈길을 끈다. 전남 영암군은 지난 9월부터 ‘무료 버스 시대’를 열었다. 경북 청송(2023년 1월)과 전남 완도(2023년 9월)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다.
강상욱 공공교통연구소장은 “일부에선 공영제를 하면 돈이 더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미시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으로 붕괴한 교통 취약지역 국민을 위해 국가가 대중교통이라는 최소한의 기본권은 보장해야 한다.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공영제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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