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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단숨에 30대 그룹?…한국타이어 최종 결의 한온시스템 인수 바라보는 시장의 ‘썰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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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한온시스템 인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단숨에 재계 30대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서는 투입 자금 대비 시너지 효과가 미지수라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매경이코노미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한온시스템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한온시스템 평택공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한국앤컴퍼니, 한온시스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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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한온시스템 인수

지분 23% 주당 1만원에 매입하기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사회에서 한온시스템 인수 안건을 최종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23%를 주당 1만원에 매입한다. 당초 주당 1만250원에 지분 25%를 매입하려던 계획이 일부 수정됐다. 공식적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을 품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1조3679억원 대비 10.2%가량 낮은 1조2277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한온시스템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3651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최근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한온시스템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는 것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측 설명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확보하게 될 한온시스템 지분은 당초 50.53%에서 54.77%로 높아진다.

이번 추가 지분 확보로 한온시스템 인수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는다. 최종 인수까지 남은 절차는 한온시스템 내부 승인, 주식매매계약(SPA) 등 본계약 체결, 해외 결합 승인 등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연내 나머지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한국앤컴퍼니그룹 자산총액은 26조원 규모로 늘어나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할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전 세계 차량용 열관리(공조) 시장에서 일본 덴소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파워트레인 쿨링, 컴프레서, 열 교환기, 전자 유압 등 열관리 제품을 생산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로 타이어, 배터리 등에 이어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자동차부품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은 기술력, 공급망 등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차용 부품(OE·Original Equipment) 사업의 완성차 브랜드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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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 주가 급락…증권가 전망 비관

전기차 캐즘에 시너지 효과 의문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 안건을 최종 결의했음에도 오히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주가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주가는 10월 8일 기준 3만8400원으로 8월 1일 주가(4만3700원)와 비교하면 10% 이상 떨어졌다. 기관, 외국인들이 대거 물량을 내놓으면서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주요 증권사들도 한국타이어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리는 모습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한국타이어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6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얼핏 보면 한온시스템 인수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유상증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잔존 지분에 대한 인수가액은 1400억원가량 줄었지만 유상증자 규모가 2400억원 늘어 총 투자 규모는 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타이어 주가 향방은 한온시스템 인수가 꼭 필요한지 입증하는 데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온시스템 주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온시스템 주가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인수 발표 직후인 올 5월 7일 당시 6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찍었지만 이후 급락하면서 어느새 반 토막 났다(10월 8일 종가 3830원). 대신증권은 한온시스템 목표주가를 4900원에서 4000원으로 18% 낮췄다. 외국계인 노무라증권은 아예 매도 의견을 내고 올 초 4000원으로 제시했던 한온시스템 목표주가를 최근 3000원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심지어 한온시스템은 지난 5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MSCI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주가지수로 주요 글로벌 투자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이유가 있다. 한온시스템의 불안한 실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온시스템의 2분기 영업이익은 716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0.1% 감소했다. 1986년 창립 이래 역대 최대 분기 매출(2조5599억원)을 낸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재무지표 흐름도 좋지 않다. 한온시스템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282.5%로 300%에 육박한다.

한온시스템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영향이 크다. 글로벌 열관리 솔루션 기업이라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김귀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타이어 인수 발표 이후 한온시스템 주가가 급락했는데 대주주 변경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으로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수익성 개선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현금흐름이 둔화한 상황에서 해외법인에 대한 지분법 손실까지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우려다.

한온시스템의 올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손실 규모는 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45개 해외법인 중 절반을 훨씬 넘는 27개 법인이 적자를 내면서 한온시스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멕시코법인 손실 규모만 559억원에 달했고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유럽법인 손실도 컸다.

투자 지분에 따른 지분법 손실도 291억원에 달했다. 지분법 손실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당기순손실 발생분에 대해 투자회사 지분율만큼 손실로 인식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도 한온시스템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수익성 개선 지연을 꼽는 분위기다. “한온시스템 실적 개선 지연, 대규모 투자 부담을 감안하면 자체 영업 현금 창출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한국기업평가 분석이다.

이뿐 아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에서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도 변수다.

그나마 한국타이어 실적은 괜찮다지만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딛고 겨우 안착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매출에서 현대차그룹 비중이 높은데 현대차그룹이 열관리 부품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관계가 더 불편해질 우려도 크다. 조현범 회장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온시스템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절체절명 과제를 안게 됐다”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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