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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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가 한강(54)의 작품들이 15일 판매량 100만 부(전자책 포함)를 돌파했다. 10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닷새 동안 평균 20만 부씩 팔려 나간 셈.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렸던 출판계는 ‘한강 특수’에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한강 작품은 국내 3대 서점인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포함해 약 105만 부가 판매됐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약 97만2000부로, 이날 밤이나 16일 오전 중 100만 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흰’(문학동네)처럼 주요 작품만 팔리는 게 아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희랍어시간’(문학동네) ‘디 에센셜: 한강’(문학동네)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등 온라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이내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이렇듯 한강 열풍을 통해 출판사의 ‘깜짝 이익’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보통 서점과 출판사는 각 서적의 매출이나 이익을 공개하지 않기에 출판계의 관행에 비춰 매출이나 이익을 추정해 봤다.
판매 상위 4권의 평균 정가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100만 부(종이책) 기준 총 판매금액은 약 153억 원이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의 평균 가격이 1만5325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서점의 할인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정가로만 계산했을 때 총금액은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 금액 가운데 69억~84억 원이 출판사에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서점에서 출판사에 정가의 45~55%를 주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받은 금액 중 정가의 10%인 작가의 인세를 제외하면 출판사들 입장에선 54억~69억 원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처럼 찍는 대로 책이 나가는 경우엔 책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한강 작품 같은 베스트셀러는 정가의 60%를 서점이 출판사에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랜 불황이었던 출판계는 ‘한강 효과’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보고서 ‘2023년 출판시장 통계’와 지난해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1600만 원에 그쳐 전년(57억6500만 원)보다 44.2% 감소했다. 창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7억1000만 원으로 전년(27억6200만 원)에 비해 38.1% 줄었다. 두 출판사의 경우 노벨 문학상이 발표된 10일부터 15일까지 5일 동안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동안 문학동네는 카페 사업, 창비는 아동도서에 전념하며 순수문학에서 잠시 멀어진 문학 전문 출판사들의 상황이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군다나 한강 서적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서점에서 현금을 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 간다. 보통 서점이 출판사에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을 주고 이후에 정산하지만, 반품에 따른 손해까지도 서점이 감수하는 것. 한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처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책이 판매되는 상황에선 서점 입장에서도 부대 비용이 거의 없다”며 “주요 서점들의 이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한강도 수상 발표 후 5일간의 판매 인세만 15억 원 안팎을 받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상금인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3대 서점을 제외한 중소 서점의 국내 판매 미집계분, 해외 판매 인세를 고려하면 인세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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