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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美, 엔비디아 AI칩 수출 제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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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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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을 꿈꾸는 미국이 중동 국가를 통한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가별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이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국가들에 대한 수출 허가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을 논의했다"면서 "이는 일부 국가의 AI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미국 당국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동 페르시아만 국가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로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 AMD 등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해당 이슈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표면적인 대상은 중동 국가이지만 최종 목표는 이번에도 중국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으로의 제품 이전을 우려해 40여 개국에 수출할 때 별도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사우디·UAE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AI 칩 허가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우디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 수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UAE 국영 AI 기업에 대해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기업들도 중동 AI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는 당시 중동의 데이터센터들이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 지원하도록 할 계획을 공개했다. VEU를 획득하면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복잡한 라이선싱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에 따라 첨단 AI 칩이 중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이다.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한 수출 제한 정책은 여기에 바탕을 둔 셈이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의 국가별 상한 정책은 중국의 AI 야망을 꺾기 위한 제재들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일부 미국 관계자는 엔비디아 칩 수출 라이선스를 미국 정부의 외교적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룬 차브라 NSC 기술 수석 책임자는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은 채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해당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정말 강력한 내부 감시 장치를 보유한 국가라면 이러한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NSC 관리인 마허 비타는 각국의 AI 개발이 미국의 정보 작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이 추가 제재에 어떻게 반응할지 명확하지 않다. 앞서 미 정부가 대중국 수출 규제를 처음 발표했을 때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를 지속할 수 있도록 AI 칩을 재설계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부가 국가별 수출 상한을 설정하려 할 경우 포괄적인 새 정책을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집행이 힘들고 외교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 싱크탱크는 본토 데이터센터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국산 AI 칩 구매를 압박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에 훈련된 모델들을 국산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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